제31화

무심하게 흘러나온 목소리. 그러나 그 속엔 서늘할 만큼 오만한 위압감이 가득했다. 순간, 공기마저 얼어붙는 듯한 긴장감. 그 기세에 눌린 강소미는 제 발로 뒷걸음질치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보험이... 십억이라고?” 그녀의 눈이 흔들렸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숫자였다. 그런데 그 말을 입에 담은 강서윤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이 여자는 대체 뭘 믿고 이렇게 당당한 거야?’ 단순한 허세는 아니었다. 그 눈빛, 말투, 여유. 진짜로 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사고라도 나면 보험사에서 난리 날 일이다. ‘저 여자, 설마 진짜 온몸에 금칠이라도 하고 다니는 거야?’ 그때 강서윤이 다시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느긋했지만 그 안엔 명확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 “왜? 아까는 때린다더니 이젠 왜 가만히 있어? 너 안 움직이면 이번엔 내 차례야.” 천천히 손을 올린 그녀가 손가락 관절을 꺾기 시작했다. “딱. 딱. 딱.” 관절이 울리는 소리가 마치 공간을 찢는 듯 후방 대기실에 퍼졌다. 강소미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쳤다. “너... 너 뭐하려고 그래. 여기 사람들 많은 거 안 보여? 진짜 날 때리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그 말에 강서윤은 가볍게 고개를 기울였다. 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어때서? 난 때릴 건데?” 말이 끝나자마자 주먹이 번개처럼 강소미의 팔뚝을 향해 꽂혔다. 동시에 뒤꿈치를 겨눈 발차기까지 이어졌다. “쾅! 쩍!” 강소미의 팔에 걸쳐 있던 보석 장식 팔찌는 산산조각이 났고 그녀가 신던 하이힐의 굽은 아무 저항도 없이 부러졌다. 주먹 하나에 보석이 깨지고 발차기 하나에 하이힐 굽이 날아갔다. 굽이 부러진 탓에 중심을 잃은 강소미는 비틀거리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이 팔찌, 내가 오백만 원 주고 산 거야. 오늘 처음 찬 건데...” 그 외침에도 강서윤은 피식 웃으며 입꼬리만 올렸다. “그래서? 네가 내 신발 망가뜨렸잖아. 난 그걸 두 배로 갚아준 것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