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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힐튼 호텔. 강서윤은 9개월 된 만삭의 몸을 이끌고 호텔 복도를 힘겹게 거닐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오늘은 그녀와 정시후의 약혼식 날이다. 이제 곧 약혼식 시간이 다가오는데 정시후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시후 오빠, 정말 양녀인 서윤이랑 약혼할 거야? 쟤 뱃속의 애도 오빠 애 아니잖아.” 익숙하고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서윤은 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보았다. 계단 쪽에 언니 강서진과 정시후가 서로 끌어안고 있었다. 정시후가 강서진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날 밤에 바로 옆방에 있어서 서윤이 뱃속의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니라는 걸 진작 알고 있었어. 근데 만약 그 모든 걸 꾸민 사람이 너란 걸 알게 되면 가지고 있는 지분 15%를 너한테 넘길까?” “흑흑. 할아버지가 왜 양녀인 서윤이한테 지분을 15%나 줬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 강서진은 울먹거리면서 정시후에게 안겼다. “오빠, 혹시 내가 싫어진 거야? 내가 너무 독하고 강씨 가문의 핏줄이 아니라서 서윤이를 더 좋아하는 거 맞지?” “바보야,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네 어머니가 널 강씨 가문의 딸로 바꿔치기한 순간부터 넌 진짜가 됐어. 게다가 강서윤 걔 얼마나 촌스럽고 못생겼는데. 왕실의 공주라고 해도 절대 걔를 좋아할 리가 없어. 약혼하고 나서 걔 지분 다 빼앗으면 바로 이혼하고 너랑 성대한 결혼식을 올릴 거야.” 강서윤은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충격에 휩싸였다. ‘내 뱃속의 아이가 시후 오빠 아이가 아니라고?’ 그날 밤 그녀의 순결을 앗아간 사람은 정시후가 아니었다. 강서진이 판 함정에 그대로 빠진 것이었다. 게다가 강씨 가문의 양녀인 게 아니라 강서진의 친어머니가 그녀와 강서진을 바꿔치기한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양녀라는 이유로 온갖 학대를 받으며 자랐다. 그런 그녀에게 유일하게 따뜻함을 베풀고 곁에서 지켜준 사람이 바로 강서진이었다. 공부를 잘할 필요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행복하게 살라고 말해주던 언니였다. 강서윤은 그녀를 가족 이상으로 여겼고 할아버지에게 받은 모든 좋은 것들, 기회들, 심지어 미린국 유학의 기회까지도 강서진에게 양보했다. 그런데 강서진이 그녀를 해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것도 무려 18년 동안이나. 그녀의 약혼자는 이 사실을 전부 알면서도 묵인했고 강서진과 함께 그녀를 해치려 했다. 쨍그랑. 강서윤은 비틀거리면서 뒷걸음질 치다가 그만 발밑에 있던 화분을 걷어찼다. 한창 애정행각을 벌이던 정시후와 강서진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강서윤, 네가 왜 여기 있어?” 정시후가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강서진은 재빨리 정시후를 밀어내고 옷매무시를 다듬으면서 변명했다. “서윤아, 오해야. 오빠랑 그냥 장난친 거야. 오빠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야...” “허. 날 사랑한다고? 내가 가진 회사 지분이랑 강씨 가문의 재산을 사랑하는 거겠지. 정시후, 강서진, 오늘 너희들의 추악한 민낯을 싹 다 까발릴 거야.” 강서윤은 계단을 빠르게 내려갔다. 아래층에는 금성의 재벌들과 강씨 가문, 그리고 정씨 가문의 친척들이 모여 있었다. 강서진이야말로 양녀라는 사실과 정시후와 강서진의 속셈을 만천하에 폭로할 것이다. 정시후가 강서윤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챘다. “강서윤, 가만히 있어. 임신한 몸으로 나대긴 뭘 나대? 내가 왜 너랑 약혼하려 했겠어? 당연히 네가 가진 지분 때문이지. 지분이 없었더라면 내가 쳐다보기나 했을 것 같아?” 원래는 대학교에 갈 수 있었지만 강서진의 함정에 빠져 임신한 바람에 학교는 꿈도 못 꾸게 되었고 정시후와 약혼하여 남들이 손가락질하는 전업주부가 되려 했었다. 전에는 그래도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역겹기 그지없었다. “내가 혼자 늙어 죽는 한이 있어도 너처럼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랑은 절대 같이 못 살아.” 강서윤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계단을 내려갔다. 그때 강서진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이 일이 알려지면 난 끝장이야.’ “서윤아.” 강서진은 강서윤을 붙잡는 척하면서 힘껏 밀어버렸다. “으악.” 미처 피하지 못한 강서윤은 그대로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배가 벽에 세게 부딪히면서 다리 사이로 붉은 피가 줄줄 흘렀다. 강서진은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오빠, 어떡해... 어떡해? 나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잡으려고 했는데... 흑흑. 너무 무서워...” “괜찮아. 어차피 우리 계획을 알아버린 이상 죽는 수밖에 없어. 자기 발로 무덤에 들어간 거지.” 정시후의 눈빛이 무섭게 변하더니 강서윤의 배를 가차 없이 걷어찼다. 한 번, 두 번, 세 번... “으악.” 온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에 강서윤은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 어릴 때부터 사랑했던 죽마고우가, 양녀인 그녀를 무시하지 않고 평생 지켜주겠다고 맹세했던 남자가 이렇게 잔인한 사람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강서윤은 너무나 억울하고 분했다.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나와 하얀 드레스와 바닥을 붉게 물들였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 강서윤은 의식을 점점 잃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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