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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그게-" 유문하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아무리 우겨도 KTV에서 있은 일은 하연수의 잘못이었다. 그녀는 하연수의 절친이었기에 무조건 친구의 편에 서는 거였다. "성신우, 너무 하는 거 아니야? 여자애한테 어떻게 이렇게 말할 수 있어? 매너가 있기나 해?" 주지훈이 일어나 분노에 찬 말투로 정의롭게 말했다. 그는 자기 여신 앞에서 자기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성신우는 그를 힐끗 보고는 바로 시선을 거두었는데 정말이지 그와 말 섞고 싶지 않았다. 황자욱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주지훈한테 주먹을 내밀었다. 비록 성신우가 아주 얄밉고 점점 까불긴 했지만 황자욱은 절대 아무도 그를 괴롭히지 못하게 했다. "내가 네 형이야." 그는 성신우한테 장난으로 한 말이 아니었다. "가자, 안 먹을래." 하연수는 말하고 나서 성신우를 힐끗 보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밖으로 걸어갔다. 주지훈은 얼른 쫓아 나갔다. "아이고, 앞으로 너희 둘 일은 난 상관 안 해." 유문하도 말하고는 얼른 쫓아갔다. 조금 전 그 찰나에, 그녀는 분명히 하연수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 걸 보았다. "연수야, 너 정말 울었어? 설마... 너 진짜 성신우 좋아해?" 하연수를 쫓아간 유문하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하연수의 눈에는 확실히 눈물자국이 있었다. "그럴 리가!" 하연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후회해서 우는 게 아니라 억울해서 우는 거였다. 조금 전, 성신우가 분명 싫어하는 눈빛으로 하연수를 쳐다보았고 눈에는 피하고 싶어 하는 눈빛이 가득했다. 세상 오만하던 그녀는 그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문하야, 성신우가 일부러 그러는 거야, 일부러 나 화나게 하려고-" 하연수는 점점 더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날 밤은 확실히 하연수가 잘못한 거였다. '하지만 내가 이미 사과했는데 어떻게 하라는 거야.' 성신우는 전에 매일 하연수 주위를 맴돌았고 그녀와 말만 섞어도 하루 종일 기뻐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하연수가 화해하려는 신호를 보내도 계속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나한테 이러면 자기는 마음 안 아파?' 유문하는 요 며칠 성신우가 계속 여백연이랑 점심을 먹던 게 생각났고 이번엔 성신우가 일부러 하연수를 화나게 하려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하연수의 억울한 얼굴을 보니 그걸 말할 수 없어 그녀의 말대로 이어 말했다. "연수야, 성신우 무조건 연기하는 거야." "진짜?" "그럼, 그날 밤 너한테 농락당하고 너무 창피해서 도도한 척하는 걸 거야. 두고 봐, 나중에 꼭 후회할 거야!" 사람은 항상 자기가 듣기 좋아하는 것만 듣는다. 유문하의 말을 들은 하연수는 마음이 편안해져서 다시 도도한 공주로 돌아왔다. "흥, 걔가 후회한다고 해도 나 절대 말 섞지 않을 거야!" 유문한는 성신우와 여백연이 "서로 뜨겁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연수가 이 일을 알게 되면 멘탈이 나가서 수능에 영향 주는 거 아니야?' 지금 제일 좋은 방법은 바로 하연수의 화를 가라앉히고 그녀가 진짜 성신우를 미워하게 하는 것이었다. 유문하는 단호하게 맞장구쳤다. "연수야,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 성신우 따위가 뭐라고 너한테 감히 이러는 거야, 널 좋아하는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그 말을 들은 주지훈은 바로 입을 열었다. "맞아, 맞아, 연수야, 너한테 내가 있잖아." 하연수는 그를 힐끗 보았고 말도 섞고 싶지 않았다. 주지훈은 혼자 오지랖 부린 것 같아 뒤통수를 만지작거리며 난감해했다. 훈훈한 호구남의 사전에는 자존감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 "신우야, 나 잘 못 본 거 아니지, 아까 하연수가 떠날 때 눈시울이 빨간 게 운 것 같아..." 황자욱은 의아해했고 성신우는 웃으며 말했다. "울면 우는 거지, 나랑 뭔 상관이야?" 황자욱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너 때문에 우는 거잖아. 그 말은 널 신경 쓴다는 거 아니야? 네가 지금 조금만 걔 말 들어도, 두 사람 가능한 거 아니야?" 여백연이 좋을까? 그녀는 당연히 좋았다. 외모며 성격이며 성적이며 가문까지, 모두 하연수보다 좋았다. 아마 너무 좋아서 황자욱이 성신우한테 자신이 없었고 그가 정말 여백연이랑 같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하연수는 성신우가 조금만 뛰어도 닿을 수 있는 목표였다. 게다가 성신우가 이미 하연수를 3년이나 좋아했는데 어떻게 바로 포기할 수 있겠어. 성신우는 황자욱의 분석을 듣더니 어이없어 웃었다. "우리 누렁아, 나 때문에 우는 것 같아?" "아니야?" "당연히 아니지, 걔는 그냥 억울해서 우는 거야. 날 믿어, 저런 스타일의 여자는 자기밖에 안 사랑해. 내가 지금 다시 찾아가면 아마 며칠은 나한테 잘해줄 거야, 하지만 내가 정말 걔한테 마음 주면, 무조건 또 시비 걸 거야." "신우야, 그 정도 아닌 것 같은데, 아까 보니까 정말 속상하게 울던데..." "됐어, 그만해. 누렁아, 너도 참. 하연수가 날 위해 운 걸 믿고, 내가 외계인이 전쟁하러 온다는 말은 안 믿는 거야?" ... 오후 수학 시험에서 성신우는 거의 완벽하게 시험을 보았다. 한 시간 반 만에 모두 완성했고 자세히 두 번 검사해 보고 나서 아무런 잘못도 발견하지 못했다. "대박, 만점 받는 거 아니야?" 성신우는 또 자기한테 깜짝 놀랐다- 역시 난 지금 아주 대단해. 물론 그건 3차 모의시험의 난이도가 쉬운 원인도 있었다. 하지만 만점을 맞을 수 있다는 건, 성신우가 이미 고등학교 수학을 클리어했다는 거였다. 아무리 힘든 전국 시험지라도 아마 86점은 문제없을 것 같았다. 이튿날, 오전에 이과를 보았고 오후에 영어를 보았는데 성신우는 모두 잘 보았다. 시험을 보고 나니 토요일 오후가 되었고 내일 주말이라 수업이 없어 미리 휴식했다. 3차 모의시험은 확실히 어렵지 않았다. 황자욱은 마침 기초가 좋지만 지력이 한정되어 있어 어려운 문제를 풀지 못하는 스타일이었기에 이번 시험에서 거의 완벽에 가깝게 시험을 보았다. 하여 성신우를 보자마자 우쭐거리며 성신우한테 의부라고 부를 준비 하라고 했다. 성신우는 웃어 보일 뿐 말하지 않았다. 이제 한 달 남으면 수능이었기에 3차 모의시험의 성적은 무조건 빨리 나올 것이었다. 그래야 수험생들이 마지막 한 달을 이용해서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었다. 아마 내일이면 시험지를 다 매길 것이고 다음 주 월요일이면 성적이 나올 것이었다. '누렁이 하루밖에 우쭐대지 못하겠네.' "신우야, 겨우 시험 끝났는데, 오후에 가서 놀까?" "가자." 두 사람은 자전거를 타고 게임장에 가서 킹 오브 파이터즈 97을 한 시간 반 동안 놀았다. 결국 성신우가 된통 당했다. 게임은 황자욱이 어려서부터 성신우보다 재능 있었다. 게임장에서 나와 두 사람은 같이 집으로 향했고 황자욱이 걸으며 물었다. "신우야, 내일 주말인데 어떻게 보낼 거야, 등산할래?" 성신우는 고개를 저었고 내일 약속 있다고 했다. 황자욱은 무의식적으로 무슨 약속이 있냐고 물으려고 했는데 말하려고 보니 이상함을 눈치챘다. 성신우와 여백연은 지금 "서로 뜨거운" 상태였기에 말 안 해도 두 사람이 데이트하러 가는 게 뻔했다. 그가 물으면 그건 자기 절로 창피를 당하려는 것이었다. ... 성신우는 집에 도착해서 안방에 들어가 노키아 5200을 꺼냈다. 학교에 휴대폰을 갖고 갈 수 없었기에 휴대폰을 켜서 바로 웹사이트 메신저에 접속했다. 황여민의 "귀띔"때문에 그는 여백연과 하는 수 없이 인터넷으로 연락해야 했고 학교에서 최대한 만나지 않고 집에 와서 메신저로 얘기해야 했다. 메신저에 등록하자 여백연의 프로필이 반짝였다. 그녀가 먼저 집에 도착해서 성신우한테 말을 건 거였다. 성신우가 황자욱과 게임하러 갔기에 계속 그녀의 말에 답장하지 못했기에 여백연이 문자를 가득 보냈다. 10월 14일, 17:31 미인이 열린 산골짜기: 성신우, 나 집에 왔어, 너 뭐해? 10월 14일, 17:42 미인이 열린 산골짜기: 10분이나 지났어, 왜 답장 없어? 10월 14일, 17:50 미인이 열린 산골짜기: 너무 심심해, 너무 심심해, 빨리 답장해 (칼을 든 이모티콘)! 10월 14일, 18:03 미인이 열린 산골짜기: 너 대체 뭐 하러 간 거야, 하늘에 구름이 아주 귀여워, 보면 볼수록 네 얼굴 같아. 10월 14일, 18:17 미인이 열린 산골짜기: 성신우, 나 너랑 너무 말하고 싶어, 하지만 큰 문제 아니야, 참을 수 있어, 하지만 기껏해야 30분 참을 수 있어. 10월 14일, 18:31 미인이 열린 산골짜기: 우리 엄마가 밥 먹으래, 문자 보면 답장해 (미소 짓는 이모티콘). 후세의 성신우였다면 마지막 미소 짓는 이모티콘을 보고 소름이 끼쳐 했겠지만 다행히도 지금은 2009년이라 미소는 그냥 미소일 뿐 다른 의미가 없었다. "이제 집에 도착해서 문자 봤어." 성신우는 시간을 보았는데 거의 7시가 되어 얼른 여백연한테 답장했다. 여백연이 아마 시간이 지나야 답장할 줄 알았다. 웹사이트 메신저가 후세의 앱이 아니라 알람 기능이 없었다. 계속 새로 고침해야 보낸 문자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10초가 지나자 여백연이 바로 미소 짓는 이모티콘 두 개를 보냈다. 성실한 신우: 너 왜 이렇게 빨리 답장해? 미인이 열린 산골짜기: 밥 먹는 시간 말고 계속 메신저 새로 고침 했거든. 성실한 신우: 너 멍청이야? 내가 답이 없으면 무조건 집에 도착 못 한 거잖아. 미인이 열린 산골짜기: 하지만... 네가 문자 보냈는데 내가 바로 답장하지 않으면 네가 기분 안 좋을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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