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장
진태현은 아직 덫 설계도를 다 그리지 못했는데 이설아의 방해로 처음 그린 것이 지워지고 말았다.
그린 것이 지워지자 진태현은 순간 온몸의 피가 머리로 솟구치는 것 같았다.
“설아 씨 뭐 하는 거예요? 방금 조금 그렸는데 설아 씨 때문에 지워졌어요.”
이설아는 주원영을 끌어당겼다.
“못 들었어요? 원영 씨가 이미 덫을 다 설계했다고 내가 말했잖아요!”
진태현은 주원영의 앳된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나약해 보이는 눈빛으로 살생하는 덫을 설계했단 말이야?’
“이설아 씨 장난 그만해요. 계속 장난치면 바지를 벗겨 버릴 거예요.”
이설아가 주원영의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것을 듣고 진태현은 잠시 마음속으로 꽤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어? 좋은 아이디어네요. 정말 원영 씨가 생각한 거예요?”
이설아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원영 씨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다고요. 대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대요.”
진태현은 바로 감탄하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 그래서 사람들이 지식은 힘이라고 말하나 봐요.”
고하늬는 이들의 대화를 듣고 점점 인내심을 잃어갔다.
“계속 수다 떨면 우리는 언제 돼지갈비를 먹어요? 지금 해가 있을 때 빨리 행동해야죠.”
진태현은 고하늬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며 윤소정의 앞으로 다가갔다.
“내가 나가서 낚시를 해올게요. 캠프에서 사람들을 이끌고 덫을 파줘요? 괜찮죠?”
진태현은 윤소정이 비교적 시크하다는 것을 알기에 일부러 부드럽게 말하려고 괜찮냐는 말을 덧붙였다. 심지어 간절히 부탁하는 말투처럼 들렸다.
강제 키스 사건으로 윤소정은 화가 많이 난 상태여서 그런지 진태현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먼저 부드럽게 다가오는 진태현의 태도에 윤소정의 화가 조금 누그러들었다.
덫을 설치하는 문제는 전체 캠프의 식량 문제와 관련되어 있었기에 윤소정도 눈치 없이 굳이 진태현과 계속 다투지는 않았다.
“그쪽은 알아서 낚시해요. 캠프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진태현은 OK 사인을 건네며 말했다.
“그럼 난 낚시하러 갈게요.”
진태현은 낚싯대와 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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