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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이설아는 두 볼이 화끈 달아오르더니 도둑이 제 발 저린 듯 재빨리 입을 열었다. “비교 안 했거든요? 그냥 무심코 말한 것뿐이에요.” “목말라 죽을 것 같으니까 얼른 이것부터 좀 따죠?” 진태현은 곧장 코코넛 두 개를 쪼개 하나를 이설아에게 주고 그제야 벌컥벌컥 들이켰다. 코코넛 워터를 마시고 나니 목마른 느낌은 없어졌지만 위에 경련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데다가 햇볕에 한참이나 구워졌으니 체내의 에너지는 이미 바닥난 지 오래였고 지금 당장 음식을 보충해야만 한다. 체력이 없는 상태에서 이설아처럼 피부가 얇고 살이 부드러운 여자와 함께 있다는 건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 얼마든지 야생 짐승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 꼬르륵... 배꼽시계가 울린 이설아도 손으로 배를 문질렀다. “태현 씨, 저 배고파요.” “배고프면 일단 과육이라도 먹어요. 식이섬유랑 단백질이 많아서 몸에 좋아요.” 진태현은 말하면서 커다란 코코넛 과육을 손으로 파내 입에 넣고 빠르게 씹었다. 코코넛 과육까지 다 먹은 두 사람은 마침내 속이 한결 나아졌다. 배불리 먹고 마시자 그제야 주변의 낯선 환경이 눈에 들어온 이설아는 두려움이 밀려와 표정이 어두워졌다. “태현 씨, 우리 지금 어디에 있는 거죠? 돌아갈 수는 있을까요? 둘이 있는 것보다 다 같이 함께 있는 게 더 안전하지 않을까요?” 이설아는 겁에 질린 채로 말하면서 목을 움츠렸다. 진태현은 이설아에게 현재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지금 두 사람은 섬 반대편에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사람들과 만나려면 섬을 가로지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럼 이 숲을 지나야 저쪽으로 갈 수 있다는 말이에요?” 이설아가 궁금해하며 묻자 진태현은 울창한 숲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물론 아니죠. 이 숲에는 온갖 종류의 독사와 벌레, 심지어 우리가 모르는 동물들이 있을 수도 있거든요. 둘이 들어가기에는 너무 위험하고 저녁에는 마음 편히 잘 곳도 없어요. 일단 제 계획은 안이 아닌 밖으로 돌아가려고요. 여기를 쭉 돌아서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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