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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그리고 거의 그와 동시에 길고 가느다란 큰 손이 그녀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 조금 차갑고 건조한 촉감이 전해지자 정지연은 조금 놀랐다. “죄송해요.” “무슨 일이죠?” 두 사람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렸다. 이렇게 서로 마주하고 서고 나서야 정지연은 눈앞의 남자가 굉장히 키가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171cm인 그녀의 키로도 지금은 고개를 살짝 들어야만 시선을 마주할 수 있었다. 정지연은 황급히 자신의 손을 거두었다. 마주 선 주민환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옷깃을 여몄고 냉랭한 얼굴도 지금은 조금 굳어 있었다. “그, 저기, 아침 식사하시라고요. 씻고 나와요.” 크게 심호흡을 하며 말하는 정지연의 말투는 몹시 평온해 보였다. 아침 시사로는 오트밀 밀크와 쉬림프 샐러드, 계란 후라이, 베이컨 그리고 견과류와 과일이었다. 평소의 주민환은 그저 간단하게 챙기는 편이었다. 일이 바빴던 탓에 일찍 나갔다 밤늦게 돌아오는 일이 잦아, 고용인들이 준비를 해놓아도 먹을 시간이 없었던 탓에 제대로 된 아침을 먹어본 적이 몇 번 없었다. “정 교수는 생활 패턴이 굉장히 규칙적인 것 같군요.” 별안간 주민환이 물었다. 맞은편에 앉아 조용히 식사를 즐기던 정지연은 시선을 들어 그를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스스로의 몸을 잘 챙겨야 다른 일들을 잘 할 수 있죠. 게다가 교수라는 건 딱히 장수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거든요.” 이 여자는 가끔 유머러스하기도 했다. 정지연을 잠시 응시하던 주민환은 별안간 손을 뻗어 주머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으흠?” 정지연이 의아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자 그는 시선을 내린 채 말했다. “생활비입니다. 결혼도 했으니 생활비로 나갈 돈이 적지 않을 텐데 매달마다 이 카드로 돈을 보내놓죠.” “하지만 이미 용돈을 주셨잖아요. 그것도 고액의 용돈을요.” “그건 당신 개인에게 준 겁니다. 응당 받아야 할 돈이고요.” 주민환도 더는 해명하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이쪽에서 산다면 다 이 여자의 돈으로 장을 보고 요리를 할 텐데 그럴 수는 없었다. 그는 절대로 얻어먹고 살 사람이 아니었다. 정지연은 그를 한참을 지켜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먹고 싶은 거나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미리 얘기해요.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남자가 자발적으로 가정의 지출을 책임지겠다는 생각과 실천력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었다. 그녀는 남자의 좋은 습관을 망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태연하게 카드를 받았다. 비밀번호는 위에 적혀 있었다. “참, 당신 연락처가 없더군요. 번호가 편해요, 카톡이 편해요? 아니면 그냥 지진욱 씨를 찾을까요?” 정지연이 의견을 묻자 주민환은 휴대폰을 꺼내 자신의 카톡 연락처 화면을 켜 그녀에게 건넸다. 정지연은 빠르게 연락처를 추가했고 주민환은 개인 연락처까지 보내주었다. …… 장성 그룹. 대표 사무실에서 나온 지진욱은 조금 어리둥절했다. 평소 생활 쪽으로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던 주 대표가 오늘 아침에는 무려 그에게 두 번이나 월아 센트에 식기 세척기를 장만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밴드가 붙어 있는 대표님의 손가락을 발견했다. 설마, 어제 설거지를 하다 다친 건가? 대표님이 무려 직접 설거지를 했다고? 어젯밤에 주 대표와 정 교수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4던 걸까? 그럼에도 지진욱은 감히 지체하지 못하고 월아 세트에 식기 세척기를 설치하라고 곧바로 연락을 넣었다. 그들의 대표님의 일정은 아주 빡빡해, 아침 회의가 끝나면 접대가 있었고 오후에는 A 대에도 가야 했다. …… 심아영이 찾아왔을 때 정지연은 교직원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지 회장님 파티에서 있었던 일 다 들었어. 널 찾아오려고 했는데 요 며칠 정말 너무 바빴어. 매일 수술만 몇 건이었던 데다 진료까지 봐야 했거든.” 심아영은 시내 병원의 외과의였다. 이제 막 부주임 시험을 통과한 데다 평소에도 평판이 좋았고 정지연과는 어렸을 때부터 아는 사이였ㄷ. “하아, 걔네 이미 만난다고 고개를 했고 문유설은 두 사람의 연애사까지 공개한 탓에 넌 지금 두 사람 사이에 낀 불여시라고 욕먹고 있어.” “걔 그 대단한 엄마랑 아주 똑같아. 아주머니도 김사라 팬들한테 김사라와 문유안 사이를 갈라놓는 불여시로 욕먹고 있어. 김사라는 지금 평판이 아주 좋은 데다 인터넷에서는 문유안과 김사라의 사랑 이야기에 감동 받아서는 순애보라느니, 가장 존경스럽다느니, 스스로의 가치를 빛내면서 용감히 사랑하고 과감히 미워한다느니 아주….” 김사라와 문유안의 일은 별 비밀도 아니었다. 연예 뉴스에서는 툭 하면 이 둘로 화제를 끌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사라는 최고의 여가수였고 지위도 낮지 않은 데다 지금은 화제성도 뛰어났다. 문유설이 그동안 연예계에서 순조롭게 지낼 수 있었던 것도 다 그 대단한 엄마 덕이었다. “아주머니도 참 불쌍해. 문유안은 이제 완전히 거리끼는 게 없는지 대놓고 김사라랑 꽁냥대고 있어. 소문에는 최근에는 이혼을 한 뒤 첫사랑이랑 재혼할 계획이라던데, 너 뭐 들은 거 없어?” 심아영은 자신이 들은 모든 가십을 정지연에게 전부 쏟아냈다. 정지연은 어제 양연수와의 통화가 떠올라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원래 안 좋은 얘기는 잘 안 하시잖아.” 양연수가 그토록 숨기는 이유는 양씨 가문과 아들 문기한 모두 문씨 가문의 손에 잡혀 있는 데다 그녀까지 더해지니 더더욱 처지가 좋지 못했다. 정지연은 원래 문씨 가문으로 돌아가 양연수를 만나 볼까 했지만, 예상치도 못하게 그녀가 돌아가기도 전에 문씨 가문 사람들이 먼저 그녀를 찾아왔다. 그러더니 두말하지 않고 곧바로 차에 타서 그 남자들과 만나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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