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장
“응, 사는 게 우리가 생상한 것만큼 엉망은 아니더라고.”
그리고 바로 그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이내 조교인 송서은이 당황한 얼굴로 안으로 들어왔다.
“큰일 났어요, 교수님! 누구 팬 가족이라는 사람들이 교문 앞에 모여서 현수막을 들고 교수님이랑 직접 얘기를 하겠다고 하고 있어요. 자기들의 아이들을 풀어줘서 살길을 돌려달라고 지금….”
“뭐라고?”
송서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심아영은 가슴이 철렁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학교까지 찾아오다니, 그 사람들 미친 거 아니야? 자기들이 공격해 놓고 이제 와서 자기들한테 살길을 달라고? 머리가 어떻게 되기라고 한 거야? 내가 가서 봐봐야겠어….”
그렇게 말한 심아영이 씩씩대며 밖으로 뛰쳐나가려는데 정지연이 그녀를 붙잡았다.
“됐어, 알겠어요. 나가봐요.”
정지연이 송서은에게 말했다.
“네, 교수님.”
“날 왜 잡아! 나가서 누가 진짜 피해자인지 어디 한 번 물어보게! 이제 와서 적반하장이라도 하자는 거야 뭐야?”
심아영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지금 나가면 내일 당장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가. 그런 뒤에 넌 이제 완전히 진흙탕에 구르게 될 거고. 알아?”
정지연의 청량한 목소리는 마치 산속의 새 물같이 옅은 한기를 띄고 있어 머리끝까지 차올랐던 심아영은 분노가 조금 식었다.
“왜?”
“서진하가 너한테까지 찾아갔는데도 나랑은 연락이 안 된다며? 쟤네들은 지금 연합해서 내가 나오길 기다리고 잇는 거야. 내가 나타나기만 하면 여론의 공격 대상은 바로 내가 되는 거고, 알겠어?”
정지연의 밤하늘의 별을 담은 눈동자가 반짝였다. 담담하기 그지없는 눈빛은 이 작은 해프닝에 아주 조금의 영향도 받지 않은 듯했다.
심아영은 그제야 번뜩 깨달았다.
“근데… 그럼 이대로 소란 피우게 두자고? 현수막도 내걸었는데, 너한테 피해가….”
“다들 너같이 생각할 거야. 그러니까 내가 무조건 나타날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안 그럼?”
“안 그러면? 안 그러면 그냥 기다리라고 해. 누구 인내심이 더 좋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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