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장
이미 병색이 만연한 노인을 바라보던 정지연은 왠지 모르게 조금 슬퍼졌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문유설의 진면모를 설명할 수 있을까.
설령 까발린다고 해도 그들은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정지연은 문씨 가문 덕분에 오늘날의 성과가 있다고 문 회장마저 그렇게 생각할지도 몰랐다.
“할아버지는 사실 제가 문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라는 걸 알고 계셨죠? 그래서 문유설이 돌아왔을 때 조금도 놀라지 않으셨던 거고요, 맞죠?”
정지연은 담담하게 물었다.
잠시 침묵하던 문 회장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문씨 가문이 사람 하나 못 먹여 살리는 것도 아니고, 같이 키우면 되는 거지….”
“그럼, 사적으로 진짜 문씨 가문의 딸을 찾았었으니 제 생부 생모에 대한 정보도 알고 계신 거예요?”
정지연이 알고 싶은 건 그것이었다.
그녀는 비록 문유설과 신분을 바꾸긴 했지만 유전자 검사 결과 문유설의 부모님은 그녀의 부모가 아니었다. 그녀도 따로 조사를 했지만 여전히 생부 생모에 관한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
그 말을 들은 문 회장의 회빛 가득한 두 눈이 잠시 흔들리더니 뒤늦게 고개를 저었다.
“여자애가 아무리 대단하고 뛰어나도 결혼은 해야지. 아라야, 할애비 말 듣고 좋은 남자 만나. 네 할미 말 들어보고 상대가 괜찮은 것 같으면 만나 보거라.”
“정말 할머니가 저를 위해서라고 믿으세요? 그 경한의 둘째는 재혼인 데다 툭하면 클럽이나 다니는 바람둥이라는 건 아세요?”
정지연이 물었다.
“남자가 늘 조용히 지낼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네가 네 아빠 때문에 그러는 건 안다만은 네 엄마의 정실 자리는 늘 안정적이지 않느냐, 응?”
문 회장의 말에 정지연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 더 이상 해명하고 싶지 않았다.
문 회장은 가족 관념이 아주 강했고 아주 보수적이었다. 설령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런 사람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았고 그에게 자신과 한 이불을 덮는 사람을 의심하고 아들, 친손녀를 의심하라고 할 수는 없었다.
……
병원의 긴 복도 안, 정지연은 왠지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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