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화
이재석은 이세빈의 불쾌한 눈빛을 한눈에 알아차리고는 피식 웃으며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서우랑 함께 할 날이 얼마나 많은데 이 정도 시간도 할아버지한테 양보 못 하는 거냐?”
“...”
침묵하는 이세빈의 눈가엔 짜증이 가득 담겼다.
강서우는 할아버지의 입술이 열렸다 닫히는 것만 보았을 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의아해했다.
“할아버지?”
“서우야, 아래에서 시끄럽게 떠들어 머리가 아프구나. 나랑 같이 정원에 산책하러 가자.”
이씨 가문 수장인 이재석이 하는 말인데 누가 감히 거역하겠나.
그저 자신과 단둘이 대화를 나누려는 것 같아 강서우는 웃으며 다가갔다.
“좋아요. 저도 뒤쪽에 있는 정원이 궁금했어요.”
“그래그래.”
이재석은 강서우가 더없이 마음에 들었다.
이세빈이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두 사람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때마침 문석천에게 물었다.
“사모님 곁을 따를까요?”
“할아버지가 계시니까 저쪽 사람들이 함부로 소란을 피우진 못할 거야.”
이세빈은 손을 흔들며 방 밖으로 나가 2층 난간에 서서 거실에 있는 친척들이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저마다 형형한 눈동자가 이따금 그를 흘끗거렸다.
이씨 가문은 짐승의 소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
...
강서우는 이재석의 팔짱을 낀 채 이씨 가문의 뒷마당으로 들어섰다.
꽃이 만발한 정원에서 이재석은 이씨 가문의 유래, 이씨 가문 내 친척들의 위치 등을 차분히 소개해 주었다.
두 사람이 꽃밭 깊숙이 들어가고 나서야 이재석은 그녀를 데리고 벤치에 앉았다.
“서우야, 내가 세빈이한테 너무 엄하게 대하지?”
분명 질문인데도 말투가 더없이 평온했다.
강서우는 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무자비했다.
대를 잇지 못한다고 해서 이씨 가문에 기여한 공로를 전부 지워버린다고 했으니까.
그녀의 대답을 들은 이재석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보아하니 세빈이가 운이 좋아서 너 같은 아내를 만났구나.”
다른 사람이었으면 누구도 감히 이재석의 결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