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4화
고급 레스토랑.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명망 있는 인사들도 자주 찾는 곳이었다.
빨간 양초와 장미가 식탁 한가운데 놓여 있고, 좁은 2인용 테이블은 서류 몇 권조차 올릴 수 없을 정도로 작아 딱 2인분 식기만 놓여 있었다.
강서우는 눈썹을 살짝 올린 채, 맞은편의 박민재를 담담히 바라보았다.
“박 대표, 여기가 사업 얘기를 하기에는 썩 적절한 장소는 아닌 것 같은데.”
“여기 맛있대. 네가 좋아하는 푸아그라도 있어.”
박민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했지만, 창가에 배치된 자리는 야경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바로 곁에는 번화한 상업 지구와 멋진 호숫가가 보였다.
게다가 식사 메뉴도 거의 모두 강서우의 취향대로였다.
마치 오래전으로 되돌아간 듯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둘은 연인이었으니까.
하지만 강서우는 전혀 식욕이 없었고, 이런저런 풍경을 감상할 기분도 아니었다.
그녀는 식칼과 포크에 손도 대지 않고, 눈을 내리깔며 차분하고도 냉랭한 태도를 유지했다.
“아무리 푸아그라를 좋아한다고 해도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야. 만약 사업 얘기를 하러 온 게 아니라면 사적인 시간까지 할애하고 싶지는 않은데.”
그녀는 냅킨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다.
하지만 박민재가 붙잡았다.
“강 대표님께서 너하고 사업 이야기를 꼭 마치라고 몇 번이나 당부하셨어. 단지 식사 한 끼일 뿐인데 그것도 못 참아줘?”
“...”
강서우는 걸음을 멈췄다.
영미 그룹에 대한 협박이 귓가를 스쳤고, 그녀는 이에 이를 악물었다.
이런 식이면 상대방이 더 미워질 뿐인데, 박민재도 잘 알 텐데 왜 이렇게까지 강요하는 걸까?
오랜 애정이 남아 있기에 느껴지는 씁쓸함을 간신히 삼키고, 강서우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네 마음대로 해.”
“사랑아,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이 식사를 불쾌하게 만들지 말자.”
서로 팽팽히 맞서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었다.
박민재는 더 이상 강서우를 자극하고 싶지 않았고, 입술을 꼭 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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