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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이 사건은 큰 화제가 되지 않아 실검에 오르지도 않았다. 만약 임유나가 굳이 검색해서 찾아보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노스스타 컴퍼니는 위기 대응이 빠르고 신속하게 사과와 보상을 하여 네티즌의 반감이 크지 않았고 큰 소란 없이 지나갈 듯했다. 하지만 사건이 완전히 잠잠해질 수는 없었다. 네티즌의 불만은 곧바로 임유나에게 향했다. 네티즌들은 동업자의 신원이 불분명했지만 임유나의 계정을 찾아냈다. 예전에 오현주가 임유나를 태그한 적이 있었고 매년 임유나 계정에 자동으로 생성되는 생일 축하 게시물에 댓글을 남겼기 때문에 네티즌들이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아이디가 ‘유나핑크’인 이 계정의 주인공이 바로 문제의 동업자인 걸 사람들은 알아챘다. 오현주는 그동안 멋지게 성공하여 리더십을 갖춘 여성 CEO로 추앙받고 있었다. 오현주를 동경하던 네티즌들은 제품 문제를 임유나에게 전가하며 오현주를 두둔했다. 그들은 오현주가 임유나 생일에 남긴 축하 메시지를 보고 폭로된 내용에 더 신뢰감을 느끼게 되었다. [악질적인 사람은 빨리 죽는다더니.] 몇몇 네티즌들은 악담을 하며 욕을 퍼붓곤 했다. 사건이 이렇게 일단락될 줄 알았으나 돌연 반전이 생겼다. 네티즌들이 사용하는 앱이 있는데 이 앱은 팔로우한 인물이 언제 계정을 접속했는지, 누구에게 댓글을 달았는지, 누구에게 ‘좋아요’를 눌렀는지 등의 활동 내역을 보여준다. 이 앱을 통해 누군가가 임유나의 계정이 접속 상태임이 밝혀진 것이었다! 게다가 접속 상태가 계속 유지되고 있었다. 이 계정은 과연 사망한 동업자의 것이 맞을까? 사망한 사람이 어떻게 다시 로그인할 수 있단 말인가? 이 앱에서는 15년 동안 오늘 단 한 번 접속된 기록만 있었다. [음... 억울함을 풀기 위해 영혼이 접속한 거 아니야? ㅋㅋㅋㅋ] [만약 누군가 계정에 로그인했다면 오현주 팬들이 한 주장은 말도 안 되는 거 아니야? ㅋㅋㅋㅋㅋ] [순진들 하긴. 다 빠져나오려고 만든 핑계일 뿐일 텐데. 그래도 회사 제품에 문제가 생겼는데 당연히 대표 책임이지. 왜 변명하는 거야?] ... 잠잠해진 사건은 다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임유나는 말문이 막혔다. 사건이 이렇게 전환점을 맞이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 일에서 오현주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임유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제는 자신이 있던 세계가 완전히 변해버린 것에 익숙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노스스타 컴퍼니를 오현주와 함께 창립했지만 임유나에게는 그게 주업이 아니었다. 당시 그녀는 꽤 유명한 만화가였고 그 만화가 계정에는 여전히 팬들이 남긴 메시지가 남아있었다. 그녀가 갑자기 업계를 떠난 것을 아쉬워하는 팬들의 글도 많았다. 가정이 파탄 난 것도 모자라 그녀의 경력도 15년 동안 진전없는 상태에 놓이며 엉망이 된 것이었다. 임유나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휴대폰에 알림이 떴다. 메시지가 도착한 것이었다. [강 대표님께서 임유나 씨 계정에 로그인하셨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온라인상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홍보팀 매니저가 멋대로 대응해 임유나 씨를 끌어들였는데 제가 알았을 땐 이미 늦었더라고요. 죄송합니다.] [노스스타 컴퍼니는 임유나 씨의 심혈이 깃든 회사인데 이번 일은 제 탓입니다. 임유나 씨에게 정말 미안하네요... ㅠㅠ] [해외 대리인 일 처리가 너무 많아서 지체했어요. 피에르라는 사람이 특히 까다로워서요. 국내 상황을 챙기지 못해 이런 일이 생겼네요. 하 ㅠㅠ] 이 메시지를 읽으며 임유나는 뭔가 꺼림칙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현주는 강시후에게서 이득을 얻으려고 그녀를 이용하는 것 같았다. 노스스타 컴퍼니가 그녀의 심혈이라 하고, 또 최근 문제가 많다고 하며 구체적으로 까다로운 사람 이름까지 언급하다니... 임유나는 오현주가 일부러 강시후에게 접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화살을 돌린 게 아닌지 의심하게 되었다. 기억 속의 오현주는 단순하고 순진한 이미지였는데 이제는 완전히 변해버린 듯하다. 노스스타 컴퍼니가 그녀의 심혈이라며 대놓고 말할 정도라니. 사실 노스스타 컴퍼니에 대해서 운영 면에서는 오히려 오현주가 더 신경을 썼고 임유나는 돈만 대는 입장이었다. 임유나 본인에게는 그 회사가 심혈이라 할 것도 없었다. 그녀가 대학을 졸업하던 해는 돈이 제일 많던 시기였다. 그래서 여러 회사에 마음껏 투자했었는데 노스스타 컴퍼니는 그중 하나일 뿐이었다. 엄마가 국제 컬렉터였고 임유나가 중학생일 때 암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가 졸업 후에 사용할 수 있는 막대한 유산을 남겨주었다. 그러니 노스스타 컴퍼니는 임유나의 심혈이라고 말할 수 없었고 오현주가 스스로 그런 연출을 한 것이다 임유나는 답장을 보내지 않고, 핸드폰을 옆에 둔 후 대자로 뻗어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한참 후 긴 한숨을 내쉬었다. ‘15년 후의 삶은 참 엉망이구나. 집도 집 같지 않고, 친구도 예전 같지 않으니 말이야. 그래도 시후는 변하지 않았어.’ 임유나는 몸을 일으켜 강시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뭐 하고 있어?] 로엘 그룹 회의실에는 사람들이 가득 앉아 있었다. 분위기는 무겁고 조용해 회의실에는 강시후가 서류를 넘기는 소리만 들렸다. 강시후는 서류를 덮고 탁자 가운데에 던졌다. 그리고 왼쪽에 앉은 파란색 정장을 입은 중년 남자를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이게 최선의 대응책인가요?” 남자는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며 입을 열려 했지만 강시후가 변명 듣기 싫어하는 걸 기억하고 입을 다물었다. 대신 침을 꿀꺽 삼키며 대답했다. “강 대표님, 두 시간만 더 주시면 반드시 만족스러운 방안을 새로 제출하겠습니다.” “필요 없어요. 리몬, 네가 맡아.” “네, 대표님.” 파란 정장을 입은 남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번 일은...” 강시후가 말을 계속하려던 그때, ‘띵’ 하는 휴대폰 알림 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그 소리가 자기 핸드폰에서 난 게 아니길 빌면서 마치 호랑이에게서 목숨을 빼앗길 것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들은 이어서 강시후가 휴대폰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았다. 어떻게 강시후의 표정을 설명할 수 있을까... 마치 한밤중에 봄바람이 불어오는 듯했다. 조금 전까지 서릿발이 치던 얼굴에 온기가 돌며 입가에 살짝 미소까지 띠고 있었다. 승진한 지 얼마 안 된 담대한 젊은 매니저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올렸는데 강시후의 얼굴에 나타난 건 확실히 미소가 맞았다. [회의 중이야. 곧 끝나고 집에 갈게. 보고 싶어~] 강시후는 당연히 기뻤다. 임유나가 메시지로 보내고 싶은 말은 결국 그를 보고 싶다는 거니까! “회의 끝.” 휴대폰을 내려놓고 강시후는 단호하게 말했다. 할 말을 다 했으니 훈계도 더는 필요 없었다. 집에 가면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강시후가 회의실을 나가고 복도를 나섰다. 그제야 사람들이 숨을 돌리며 대화를 시작했다. 파란 정장의 오 부대표는 마치 죽다가 살아난 사람 같았다. 그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누구든지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는 상대방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하며 손을 모았다. 강시후는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집으로 향했다. 임유나의 짧은 메시지 때문에 강시후는 곧바로 집에 달려갔다. 돌아가는 길에 비서가 온라인 상황을 보고했다. 임유나 실종 사건 이후 15년 동안 강시후가 온갖 방법으로 그녀를 찾아왔었다. 태평양의 작은 섬은 물론, 그녀의 온라인 계정도 말이다. 강시후는 임유나와 관련된 흔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놓치지 않았다. 집에 돌아온 후, 강시후는 이 모든 이야기를 임유나에게 전해줬다. 특히 오현주라는 사람에 대해 강조해 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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