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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7장

#온연은 끝까지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의 눈물이 심개의 피로연에 해를 끼칠까 두려워 애써 웃어 보였다. 게다가 매우 아름다웠던 그의 약혼녀는 심가와 매우 잘 맞는 사람 같았다. 온연은 그저 그들의 행복을 바랬다. 모종의 중력이라도 있는 것인지, 심개의 눈길이 온연에게로 와 꽂혔다. 그의 얼굴에 만개했던 웃음이 모두 사라지고, 그의 눈빛에 슬픔만이 빛나고 있었다. 시선을 마주한지 2초나 되었을까, 온연은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더 이상 그를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진몽요는 화가 나 이를 갈았다. “연아, 지금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지금 저 약혼녀가 입은 드레스, 네가 디자인한 드레스 같아. 목정침 정말 지독하다!” 온연은 그제서야 정신이 드는 듯했다. 목정침이 회사의 패션쇼에 데려간 것은 단순히 그녀의 작품이 출품되었기 때문이고, 백수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함께 한 것은 결혼 기념일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자신이 너무 순진하게만 느껴졌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저 자신이 디자인한 드레스가 어떤 모양인지 기억하게 하려는 것에 불과했다. 역시 목정침이였다. 이런 수단을 쓰다니, 놀라웠다. 심개의 약혼녀의 드레스를 제작하게 한 것도 모자라 이를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게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온연은 목정침의 수단이 이 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 해, 모든 사람들이 온연과 심개의 사건을 알고 있었다. 심개의 약혼녀도 이를 모를 리 없었고온연의 드레스를 거절하기는 커녕, 대범하게 디자이너인 그녀를 무대로 불러 축사까지 하게 할 셈이었다. 진몽요는 곧 터질 듯하였다. “온연, 나가지 마. 당장 여기 떠나자!” 온연은 고개를 푹 떨구더니 숨을 크게 내쉬었다. 이내 다시 천천히 고개를 든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져 있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수많은 눈길에, 온연은 결국 가장 위선적인 가면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 약혼녀, 고만만이 쥐고 있던 마이크를 건네 받았다. 일부러 심개를 쳐다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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