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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장

외투를 벗고 손을 깨끗이 씻은 뒤 방으로 들어섰다. 냄새가 배어 있지는 않은 지 다시 한번 냄새를 맡아보았다. 그가 싫어할까봐 두려웠다. 이런 조심성은 그녀가 여덟 살 때부터 쭉 이어졌다. 문을 여는 순간 훅 끼쳐오는 옅은 담배냄새에 그녀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무슨일이세요?” 목정침은 창가에 서서 설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몸에 잘 어울리는 회색 양복을 입은 뒷모습이 사람을 매료시켰다. “저녁 6시에 우리회사 패션쇼가 있을 거야. 네 작품도 포함되어 있어. 가는 건 네 자유고.” 내 작품이라니? 그녀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그가 조언해준 원고뿐인데, 완제품이 빨리 나온 듯하다. 온연은 흔쾌히 대답했다. “저 갈래요.” 목정침은 아무 말이 없더니 곧 손을 입가로 들어올려 기침을 두어 번 하였다. 온연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감기 아직 다 안 나으셨어요? 약 드시는 거 잊지 마세요.” 목정침은 돌아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에는 조롱을 띄운 듯했다. “내가 널 한번 품었다고 네가 뭐라도 되는 듯 생각하지 마. 그 한 번으로 임신을 했을지 아직 모르잖아?” 온연의 눈빛에 상처가 가득했으나, 오히려 입은 대꾸했다. “임신했다고 하더라도 온전할지는 몰라요. 최근 저희 둘 다 감기약을 많이 먹었잖아요.” “임신에 대해서 충분히 공부했나봐?” 조롱 가득한 눈빛이 더욱 짙어졌다. 온연은 굳이 해명하지 않았다. 해명하고 싶지도 않았다. 힐끗 시간을 확인하더니 그가 말했다. “난 먼저 가서 정리할 테니, 늦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가 돌아서는 순간 온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왜인지 모르겠으나 차가움이든 비아냥이든 그의 눈빛이 점점 무섭게만 느껴졌다. 한 시간 후, 온연은 다시 그를 찾아가 그의 앞에 섰다. “준비 다 된거야?” 목정침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과하지 않은 차림새였다. 옅은 하늘색 스키니진이 얇은 다리를 감쌌고 베이지색 니트와 코트, 단화를 신은 채였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에 안 그래도 화려한 이목구비에 화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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