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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3장

차창을 사이에 두고 소만리는 오매불망 그리던 얼굴을 보았다. 그녀는 급히 차창을 내리고 멍하니 옆 차 조수석에 앉아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겹겹이 쌓인 빗발 사이로 남자의 강직하고 아름다운 옆얼굴이 그녀의 눈동자에 비치고 있었다. 소만리는 믿을 수 없어 눈을 의심했고 가슴이 점점 뛰기 시작했다. “모진...” 그녀가 가볍게 부르자 차 안에 있던 남자는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천천히 옆얼굴을 돌렸다. 하필 그때 공교롭게도 녹색불이 켜지고 차가 ‘휙' 소리를 내고 그녀의 눈앞을 지나갔다. 마치 지금 이 순간 일어난 일처럼 느꼈지만 환상이었다. 소만리는 뒤에서 재촉하는 경적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액셀을 밟았다. 그러나 방금 그 차는 어디론가 가버렸고 그녀는 그 차의 번호를 기억하지 못했다. 소만리는 즉시 사람을 통해서 알아보려 했으나 소득은 없었다. 모진, 내가 너무 당신이 그리워서 환각을 일으킨 걸까? 그녀는 자문했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대답할 수 없었다. 다음날 소만리는 회사에 막 도착해서 문을 들어서기도 전에 한 무리의 가십 매체 기자들이 그녀를 에워싸고 질문을 퍼부어댔다. “기 사모님, 경연과 개인적으로 사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게 사실인가요?” “당신은 이미 당신이 기 사모님이라는 신분을 잊은 거 아닙니까?” “누군가가 당신을 겉으로만 사랑하는 척했다고 폭로했는데 사실 기 사장님을 사랑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거 아닙니까? 뱃속의 유복자도 단지 기 씨 그룹을 물려받을 카드로 쓰신 거 아닌가요?” “경연은 이미 약혼녀가 있는데 당신이 이렇게 하면 상간녀가 되는 거 아닌가요? 기 사모님, 당신 생각으로는 명성보다 사랑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소만리는 의혹에 가득 찬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경멸하는 눈빛을 하고 감정의 변화를 드러내지 않으며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내 생각엔 당신들처럼 진실을 쫓는척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는 기생충 같은 사람들이 정말 혐오스러워요.” “...”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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