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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3장

기묵비는 상자 안의 물건을 손에 들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영원히 이 빨간 끈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 해 그는 사월산 바닷가에서 보조개가 있는 한 어린 소녀를 만났다. 그 여자아이는 그를 어둠 속에서 햇빛 아래로 끌어내려 주었다. 그리고 그에게 일곱 빛깔 조가비를 주었다. 그 답례로 그는 그 어린 소녀에게 빨간 끈을 주었다. 바로 그 해, 그날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첫 만남으로 그는 명랑하고 순진하며, 따뜻한 햇살 같은 그 꼬마 여자아이에게 첫눈에 반한 것이었다. 어른이 된 후 그는 그 소녀가 소만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모든 것을 따지지 않고 소만리를 얻으려고 안간힘을 썼던 것이다. 그러나 이 빨간 끈을 분명히 소만리에게 줬는데 어떻게 초요한테 있었지? 게다가 초요가 이렇게 귀중하게 보관하고 있었다니. 기묵비는 머릿속에 의문으로 가득 찼으나 결국 답을 찾지 못하였다. 게다가 지금 그에게 있어서 그 해 바닷가에서 만난 소만리와의 일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처음 초요가 총을 맞은 순간 그는 이미 자신의 마음이 어디로 향해 있었는지 분명히 알았다. 아마도 초요가 그를 위해 강에 뛰어들어 목숨을 던졌을 때 그의 마음이 그녀를 얼마나 아쉬워하고 얼마나 아끼고 있는지를 이미 알았어야 했다. 지금까지 그의 마음을 헤아려보고 직시하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껏 마음속에 깊이 새겨진 그 여자를 계속 괴롭히기만 했다. 기묵비는 가슴이 아리는 듯 잠자코 눈을 감았다. 그때 부하가 그에게 소만리가 왔다고 알렸다. 기묵비는 붉게 물들어 젖은 두 눈을 뜨고 초요의 사진을 보고 잠시 가만히 서서 고통으로 가득 찬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혀 추스른 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소만리는 혼자 왔고 얼굴은 물론이고 몸매도 빼어난 자태로 거실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소만리가 발걸음 소리를 듣고 시선을 돌리자 기묵비가 우아하고 부드러운 얼굴 위에 아무런 표정도 싣지 않은 초췌한 모습으로 내려왔다.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소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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