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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6장

소만영이 놀라서 고개를 돌려 보니 찬바람이 일렁이는 아름다운 얼굴을 한 기모진이 넋을 잃은 그녀의 시선으로 들어왔다. “모, 모진...” 그녀는 당황한 듯 다가온 남자를 쳐다보다가 소만리의 손을 홱 밀치고 몸을 돌려 도망치려고 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의 목이 다시 조여졌고 소만영은 겨우 두어 번 숨을 내쉬었을 뿐인데 질식할 것 같았다. 한순간에 그녀의 숨결이 잠겼다. 기모진의 손가락은 냉수처럼 차가워 그녀의 피부에 스며들자 그 추위에 소만영은 온몸을 떨었다. 그녀는 기모진이 정말로 자기를 죽이고 싶어 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온몸이 살기로 덮혀 괴력을 뿜었고 손의 힘도 갈수록 세졌다. 심지어 그는 어깨의 상처까지 힘이 들어가 상처가 벌어졌고 등 뒤에서 선명한 피가 배어 나왔다. 소만리는 급히 기모진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소만영을 불쌍히 여겨서가 아니라 기모진이 이런 사람 때문에 살인 누명을 쓰는 걸 원치 않았다. 그의 상처에서 다시 피가 나기 시작한 것이 더욱 가슴 아팠다. 그러나 기모진은 손을 놓을 뜻이 없었다. 그녀는 뼛속까지 퍼져나가는 살기를 느꼈다. 그가 얼마나 소만영을 미워하는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소만리와 허송세월한 시간들, 설령 소만영이 죽는다고 해도 그의 화를 풀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기모진의 눈빛이 더욱 심각해지자 소만리는 기모진의 손을 잡았다. “모진, 나도 당신처럼 그녀가 정말 미워요. 그렇지만 우리가 그녀 때문에 살인죄를 짊어질 필요는 없어. 그럴 가치도 없는 사람이야. 기란군을 생각해. 여온이를 생각해. 아직 우리 가족이 다 모이지 않았잖아. 모진, 그녀를 놓아줘. 모진!” 소만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듣고서야 기모진의 이성은 점점 돌아왔다. 그는 소만영의 목을 조르던 손을 놓았다. 소만영이 땅바닥에 털썩 쓰러져 기절했다. 소만리는 붉어진 두 눈과 가볍게 손가락을 떨고 있는 남자를 보며 가슴이 아팠다. 그녀는 기모진의 손바닥을 잡았고 아직 그의 손이 차갑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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