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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5장

기묵비는 매우 놀랐다. 그는 기운 없이 창백한 얼굴을 하고 그의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 뒤늦게 입을 열었다. “기모진이 당신을 풀어주던가?” 소만리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가 날 풀어줬어요. 그가 당신의 일을 절대로 누설하지 않겠다고 저에게 약속했어요. 그 대신 조건이 있어요. 당신은 꼭 그 사람을 경도로 무사히 돌려보내야 해요.” 기묵비는 조용히 듣고 난 뒤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 “소만리, 이게 당신의 생각이야? 아니면 기모진의 생각이야?” “누구의 생각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당신도 이제 사람을 시켜 기모진을 뒤쫓는 일은 그만하세요.” 소만리의 태도는 결연했고 그 의지는 눈빛에서 강렬하게 뿜어 나왔다. “만약 당신이 사람을 시켜 그 사람을 계속 쫓는다면 내 뱃속의 아이가 무사히 태어날 것이란 기대는 버리는 게 좋을 거예요.” 소만리의 말이 떨어지자 기묵비의 웃음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기묵비에게 이 말을 하는 동안 소만리의 심장은 날카로운 칼로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다. 몇 시간 전 그녀는 강제로 유산을 당했다. 아이는 이미 없어져 버렸다. 그러나 그녀는 기묵비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을 것이다. 임신한 아이가 기모진의 아이라는 사실은 더더욱 알려서는 안 된다. 소만리의 이런 요구에 기묵비는 분명 내키지는 않았지만 응하기로 했다. “그래, 약속하지. 기모진을 경도로 보내주지.” 기묵비가 소만리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소만리, 가서 좀 쉬어. 난 지금 가서 아랫사람들에게 기모진에 대한 수색을 중단하라고 일러 두지.” 그는 옅은 웃음을 띠며 말하고는 핸드폰을 들고 현관으로 향했다. 그는 기분이 한껏 처져있는 소만리를 돌아보고 나서야 낮은 목소리로 지시했다. “지금 모두 국제공항으로 가. 기모진이 분명히 거기에 있을 거야. 그에게 동영상을 건네받기 전까진 살려 둬.” 소만리는 기묵비가 아랫사람들에게 뭘 건네받으라는 것인지는 듣지 못했지만 지금 그녀는 정신이 혼미해져 눈앞이 캄캄해져 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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