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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8장

갑자기 아파트 불을 다 꺼버리면 어떨까 생각 중이었다. 기모진은 가슴이 두근거리며 생각이 혼란스러웠다. 그는 다 마신 와인병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과감히 돌아섰다. 그런데 그가 아파트로 들어가려 할 때, 그는 기묵비가 나오는 것을 보았다. 밤새 울적했던 마음이 갑자기 한결 나아졌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기묵비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차를 몰고 떠난 후에야 아파트로 들어갔다. 소만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현관에 들어갔을 때 기모진은 그녀가 천미랍의 신분으로 그의 인생에 들어온 뒤 그녀가 이 아파트로 그를 초대했던 기억이 생생했다. 그때 그는 그녀가 사실 기묵비와 함께 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때, 기모진은 천천히 문 앞까지 가서 조용히 서 있었다. 창틀 밖의 눈보라가 들이닥치니 살을 에이는 듯한 서늘함이 마치 바늘로 꿰뚫는 것 같았다. 그러나 기모진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처음에 소만리한테 입힌 상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벽에 기대어 한쪽 무릎을 구부리고 문 옆 작은 벤치에 조용히 앉았다..... 설잠에 들었던 소만리는 문 앞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처럼 “쿵” 하는 소리를 들었지만, 문 두드리는 소리 같지는 않았다. 그녀는 좀 이상하다고 느끼고 외투를 걸치고 나갔다. 그녀는 매우 경계하는 듯 방범홀을 통해 문 밖을 보았지만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어렴풋이 문 앞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소만리는 몇 초간 머뭇거리다가 과감하게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그녀는 놀랍게도 기모진이 문 옆 벽에 기대어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졸고 있었고, 촘촘한 속눈썹은 복도의 백열등 조명 아래 두개의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눈앞의 그는 차갑고 고귀한 기세가 전혀 없고, 마치 무방비 상태의 아이처럼 고요하고 담담하게 잠들어 있었다. 소만리는 조용히 바라보다가 잠시 후 돌아섰다. “좋아해.......” 문득 소만리가 문을 닫으려고 할 때 그는 기모진의 잠꼬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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