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84장
“일단 나가 계세요.”
기모진은 전예의 말허리를 잘랐고, 그녀는 아무 말 없는 소만영을 흘긋 보고는 눈물을 닦으면서 얘기했다.
“그럼 만영이 곁에 좀 있어 줘. 절대 자극하지 말고.”
그녀는 몸을 돌려 나가면서 문을 닫았다. 기모진은 병상 위에서 아무 말 없이 누워있는 소만영을 보면서 그녀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소만영은 슬픈 얼굴로 눈을 감고 그를 보지 않겠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이 바닥에서 가장 유능하다는 의사 불러서 치료하라고 했으니까 네 다리 곧 나을 거야.”
그는 평온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내 얼굴 보기 싫은 거면 지금 갈게.”
그 말에 소만영은 머리를 휙 돌리더니 팔을 뻗어 기모진의 손을 꽉 잡았다.
“모진아, 가지 마!”
그녀는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미리 준비해뒀던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모진아, 이젠 나 싫어졌어? 내 얼굴 전혀 보고 싶지 않아?”
연약한 목소리에 창백하게 질린 얼굴은 그녀를 더욱 초췌해 보이게 했다.
“모진아, 그거 알아? 난 내 전부를 잃는다고 해도, 목숨을 잃는다고 해도, 난 너 절대 못 잃어. 네가 없으면 난 정말 죽을 거야!”
그녀는 처량한 표정으로 소리 내 통곡하기 시작했고 남들이 보기엔 충분히 가슴 아플 광경이었지만, 기모진은 마치 그것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 그의 표정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소만영은 훌쩍거렸고 눈물은 방울방울 떨어지고 있었다.
“모진아, 내가 잘못해서 너 실망시킨 거 알아. 그런데 우리 알고 지낸 지가 몇 년인데, 나한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돼?”
“기회?”
기모진은 그 말에 드디어 반응했다. 그는 피식 웃으면서 냉랭한 어투로 얘기했다.
“그럼 소만리한테는 기회를 줬었어?”
“…”
기모진의 역질문을 생각하지 못한 그녀는 당황했다. 소만영은 발갛게 물든 눈으로 기모진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까만 눈동자를 바라보았고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래서, 진짜 나 버리겠다고?”
소만영은 억울하다는 듯이 입술을 짓씹다가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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