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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2장

”여온아, 아빠는 일이 좀 있어서 늦어. 일 다 끝나면 아빠 오실 거야. 여온아, 조금만 더 기다려 줄래?” 기여온은 소만리가 이렇게 말하자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만리는 온순한 기여온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고 기여온의 소매를 걷어 붉은 반점을 살펴보았다. 피부에 난 붉은 반점은 여전히 선명했지만 처음과 비교해 봤을 때 더 많아지지는 않았다. 남연풍은 이반에게 경구용 약을 사달라고 부탁했고 그 약 덕분에 증상은 잠시 억제되고 있었다. 고승겸이 이렇게 아이에게까지 손을 댈 줄은 남연풍조차도 정말 몰랐다. 그는 분명 밤에 몰래 남연풍과 기여온이 자는 방에 들어와 아이에게 주사를 놓은 것이다. 남연풍은 자신이 예전에 개발한 시약들이 고승겸의 수중에 얼마나 많이 남아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앞으로도 고승겸은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 이런 극단적인 방법으로 그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할 것이다. 남연풍은 자신도 모르게 이런 생각에 잠겼고 갑자기 자신은 고승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다고 느껴졌다. 분명 그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의 첫인상은 긍정적이고 겸손하고 온화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가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가 있을까. 사람 변하는 건 정말 아무도 예상할 수가 없다. 시간이 1분 1초 흐를수록 소만리의 심장 박동은 점점 제 갈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었다. 그녀는 기모진의 핸드폰을 켜고 앨범을 열어 보았다. 낯익은 비밀번호를 입력해 핸드폰 속 앨범을 열었다. 그 안에는 모두 그들의 가족사진이었다. 그러나 가족 사진보다 더 많이 그녀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기모진의 마음 깊은 곳에 그녀가 자리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그녀는 웃고 있었지만 눈가에는 어느새 촉촉한 이슬이 맺혀 그대로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모진, 당신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고승겸이 당신을 도대체 어디로 데려간 거야?” “여온이를 낫게 하려는 마음에 혹시 당신 고승겸한테 이리저리 농락당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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