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3장
남연풍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소만리와 기여온이 서로 껴안고 있는 모습을 음흉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고승겸을 보고 남연풍은 왠지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소만리, 어떻게 F국에 오게 된 거예요?”
남연풍은 자신이 느끼는 불안한 마음을 떨쳐 보려고 고심하다 입을 열었다.
소만리는 꼭 껴안고 있던 기여온을 살짝 놓으며 휠체어에 앉은 남연풍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남연풍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우선은 기여온의 마음을 달래고 나서야 기여온의 손을 잡고 천천히 일어서며 시선을 고승겸에게 고정시킨 채 조용히 입을 열었다.
“고승겸, 나한테 조금만 시간을 줘. 나 여온이 데리고 도망치지 않을 거야. 당신이 나한테 어렵게 이런 기회를 줬다는 거 알아. 그러니 걱정 마. 내 딸의 안위를 걸고 모험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고승겸은 불만스러운 듯 남연풍을 바라보며 소만리의 말을 받아들였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돌아서서 방을 나갔다.
소만리는 고승겸이 문 앞에서 지키고 있을 것임을 알고 있었고 고로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가 없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고승겸이 방을 나가자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온몸이 경직되고 억압적인 느낌은 들지 않았다.
“여온아, 엄마가 언니랑 할 말이 있어. 우리 여온이 착하지.”
소만리는 몸을 구부려 기여온을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
기여온은 고분고분하게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만리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남연풍을 향해 똑바로 섰다.
“여온이가 이렇게 잘 지낼 수 있었던 건 당신이 살뜰히 돌봐줬기 때문이에요. 너무 고마워요.”
소만리는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다.
남연풍은 소만리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
소만리의 말을 들으니 왠지 마음이 뭉클해지면서도 자조적인 웃음이 나왔다.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아도 돼요. 그저 내가 지은 죄를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다면 다행이라는 생각뿐이에요. 길지 않은 날이지만 평범한 사람처럼, 그리고 다른 사람들 눈에 좋은 사람처럼 되어 보고 싶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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