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장
호정은 원래 소만리가 승낙할 때까지 꽤 긴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소만리가 이렇게 흔쾌히 승낙할 줄은 몰랐다.
호정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눈빛만은 소만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당신 입으로 승낙한 것이니 절대 번복하면 안 돼요.”
“난 내가 한 말과 약속을 절대 번복하지 않아. 그리고 한 가지 일러둘 게 있어. 향을 제조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니 절대 중도에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호정은 소만리의 말을 듣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벼운 미소를 날렸다.
“이렇게 날 배려해 주다니 고마워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어렸을 때부터 온갖 고초를 다 겪어 봤기 때문에 전 어떤 것도 두렵지 않아요.”
호정의 말에서 소만리는 이 여자의 성격이 왜 이렇게 앞뒤 분간 못하고 설치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 여자가 겪은 온갖 경험 때문에 이런 천지분간 못하는 성격이 된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성격은 자랑할 만한 것은 아니다.
“소만리, 나 이제 당신한테 조향법을 배우게 된 거예요?”
호정은 기다렸다는 듯이 캐물었다. 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만리는 눈을 들어 기모진에게 안도의 눈빛을 보내면서 걱정하지 말라는 듯 눈을 깜빡였다.
호정은 만면에 미소를 띤 채 기모진을 바라보았고 기쁜 마음에 이 남자에게 몇 마디 하려고 하는 순간 그의 눈에서 소만리를 향한 사랑스럽고 다정한 눈길을 눈치채고는 이내 얼굴이 일그러졌다.
호정은 언짢은 듯 자신도 모르게 이를 악물고는 주먹을 불끈 쥔 채 소만리의 발걸음을 따라 조향실로 향했다.
소만리는 우아하게 작업실로 걸어 들어가 자연스럽게 작업대 앞으로 나와 태블릿PC를 집어 들었다.
호정은 아까 자신이 한 행동을 떠올렸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걸어갔다.
“뭘 보는 거예요?”
소만리는 담담하게 화면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내가 저장해 놓은 조향 데이터를 보는 거야.”
“오.”
호정은 방금 알아들은 사실인 양 소만리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이제 뭐부터 하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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