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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장

예전에 위청재는 소만리를 이런 태도로 대하지 않았었다. 그녀는 소만리를 싫어하고 귀찮아했었다. 그러나 지금 위청재는 언제든지 소만리를 보호하려는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같았다. 정말 인생사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기모진은 천천히 일어나 베란다로 나갔다. 호정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대문 앞에 서 있는 것이 똑똑히 보였다. 그녀의 뒤편에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는 기자들이 먹이감을 사냥하듯 숨을 죽이고 있었다. 이윽고 기모진의 시선에 소만리의 모습이 나타났다. 날씬한 몸매에 가볍게 걸친 그녀의 외투가 우아하고 차분하게 옷자락을 휘날리고 있었다. 소만리의 카리스마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빛났고 바람을 가르며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눈빛은 좌중을 압도하고 있었다. 기모진은 매의 시력에 버금갈 정도로 눈이 밝은 탓에 호정이 소만리를 보는 순간 갑자기 표정이 음산해지는 것을 보았다. 기모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상황을 지켜보았고 언제든지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문 앞. 호정은 창백해 보이는 얼굴로 두 눈을 빤히 뜨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소만리를 바라보았다. 소만리는 침착하게 호정에게 다가가 직설적으로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거나 목적이 있으면 바로 말해.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녀는 몇 발치 떨어져 있는 기자들을 향해 한 번 힐끔 쳐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다들 여기서 찬바람 쐬면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어서 말하라구.” 호정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소만리의 대담한 태도를 참고 볼 수가 없었다. 호정은 소만리를 노려보다가 갑자기 냉소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사실 당신도 지금 이 상황이 엄청 신경 쓰이고 싫죠? 아닌 척하느라 욕보시네요.” 호정은 한껏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소만리에게 다가섰다. “내 며느리한테 가까이 가지 마!” 위청재는 호정의 접근을 막았다. “아니, 너! 기자들을 데리고 우리 집 앞에 온 목적이 뭐야! 너 똑바로 말해 봐! 너 원하는 게 뭐야!” 호정은 발걸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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