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장
친구일 뿐만은 아니다.
소만리는 남연풍의 말에 잠시 머뭇거리더니 의혹에 가득 찬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의 친구일 뿐만은 아니라는 건...”
“난 그와 연인 관계였고 그의 아이를 임신하기도 했어요.”
남연풍은 솔직하고 당당한 눈빛으로 소만리의 눈을 마주 보았다.
남연풍은 소만리의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의 소만리는 전혀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지만 남연풍은 숨기지 않고 말했다.
“그 아이, 나와 그 사람이 지은 죄가 많아서, 그래서... 이 세상에 나올 수가 없었어요.”
이 말을 하는 순간 남연풍의 눈시울은 어느새 붉게 물들었다.
남연풍은 그 아이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여전히 뼈에 사무치는 아픔을 느꼈다.
소만리는 남연풍이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생각에 잠긴 듯 눈썹을 찌푸렸다.
내일이면 자신의 신랑이 될 사람이 눈앞의 여자와 이런 서사가 있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소만리는 묵묵히 생각에 빠졌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에 상실감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잠시 후 비로소 입을 연 소만리는 온화한 미소를 띠며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미스 남, 이 말을 해주려고 일부러 여기 온 거예요?”
남연풍은 소만리의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소만리가 담담하게 웃는 것을 보며 남연풍도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만리, 그거 알아요? 지금 당신이 생각하는 것은 진짜 당신의 생각이 아니에요. 지금 당신의 생각은 완전히 고승겸에 의해서 통제되고 있어요. 고승겸이 당신에게 최면을 걸었거든요.”
남연풍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하면서 자신과는 다르게 평온한 얼굴을 한 소만리를 바라보았다.
“사실 내가 한 번 시도해 볼 수는 있어요. 하지만 당신은 내 말을 믿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요.”
“그건 당신이 틀렸어요.”
소만리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들썩였다.
소만리의 대답을 들은 남연풍은 어리둥절했고 영문을 몰라 소만리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뭐라구요?”
“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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