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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3장

소만리와 기모진이 남연풍을 데리고 가려는데 갑자기 여지경이 들어와 문을 막아섰다. 소만리는 여지경이 그렇게 억지스러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미소를 지으며 예의 바르게 다가가 말했다. “여사님, 여사님은 사리에 밝은 분이시잖아요? 남연풍의 선택을 존중해 주세요. 남연풍은 산비아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아요.” 여지경은 소만리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만리, 걱정하지 마. 난 당신들을 막으러 온 게 아니야. 난 단지 미스 남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어서 왔어.” 미스 남. 남연풍은 들것에 실려 누워서 여지경이 자신을 향해 부르는 호칭을 들으며 잠시 여러 가지 생각이 뒤섞였다. 여지경은 지금까지 한 번도 그녀를 이렇게 부른 적이 없었다. ‘미스 남'이라는 말은 그들의 관계에서 철저히 사적인 감정을 배제한 단어였다. 남연풍은 여전히 정신이 멍해져 있다가 여지경이 묻는 말을 듣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미스 남, 정말 우리와 함께 산비아로 돌아가지 않기로 결정했어? 승겸이를 다시는 안 볼 거 확실해? 이제 우리 고 씨 집안사람들과는 상관없다는 거지?” 여지경의 말투는 온화하게 들렸지만 남연풍은 이 질문이 세상 무겁게 느껴졌다. 그녀는 자신을 계속 보고 있는 고승겸의 시선을 느꼈다. 그의 눈빛이 이렇게 뜨겁고 깊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남연풍은 고승겸의 시선을 완전히 무시하고 여지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그래. 알았어.” 여지경은 흔쾌히 대답하며 고승겸을 돌아보았다. “승겸아, 엄마 말대로 해. 이제부터 미스 남 방해하지 마.” 고승겸은 여지경의 말을 듣고 표정이 확 바뀌었다. 그가 이런 결과를 원하지 않는 것은 분명했다. 고승겸이 잠자코 있자 여지경은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말했다. “승겸아, 엄마가 하는 말 들었어? 더 이상 미스 남에게 폐를 끼쳐선 안 돼. 미스 남 말이 맞아. 우리에겐 그녀가 어디로 갈지 결정할 권리가 없어. 넌 그녀한테 남편도 애인도 아무것도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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