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7장
고승겸의 애타는 말투와 표정에서 소만리는 그가 남연풍과 뱃속의 아이 모두 무사하기를 얼마나 바라고 있는지 알 수 있었지만 의사는 안타까운 듯 고개를 저었다.
“환자와 어떤 관계십니까?”
의사가 고승겸에게 물었다.
고승겸은 갑작스러운 의사의 물음에 말문이 막혔다.
그는 그녀와 무슨 관계인 건가?
남편인가?
아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아이를 임신했다. 그럼 애인인가?
그건 더더욱 아니다.
그는 그녀에게 연인 사이의 그 어떠한 약속도 증표도 준 적이 없었다.
그들 사이의 관계는 단 한 단어로 정의를 내리기에는 너무나 복잡했다.
의사는 고승겸이 한참을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자 이상하다 여기고 있었는데 마침내 고승겸이 말을 꺼냈다.
“환자의... 애인이에요.”
그럴 것이다. 그녀가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다면 말이다.
고승겸은 이렇게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의사는 ‘애인'이라는 단어를 듣고 자연스럽게 고승겸과 남연풍이 부부 사이인 것으로 이해했다.
“보호자분, 유감스럽게도 부인의 뱃속에 있던 아이는 이미 손쓸 수가 없는 상태가 되었어요.”
의사의 말에 고승겸의 마음이 순간 싸늘하게 식었다.
그의 눈은 멍하니 초점을 잃었고 몇 초가 지난 후에야 비로소 정신을 가다듬고 의사에게 물었다.
“그럼 내 아내는요? 그녀는 어떻습니까?”
“부인은 여러 군데 골절상을 입었는데 가장 심각한 곳은 허리였어요. 보니까 다리는 이미 움직이는 능력을 잃은 것 같던데 이제 허리 부상까지 겹쳐 그녀가 다시 일어서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내가 물어본 건 그게 아니에요! 그녀가 계속 살 수 있냐구요?”
고승겸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소리쳤다. 의사는 깜짝 놀라 황급히 대답했다.
“그럼요! 당연히 살 수 있죠! 생명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지만 앞으로 정상인처럼 살 수는 없을 거예요.”
“누가 정상인처럼 살 수 없어요? 내가 옆에 있으면 정상인처럼 살 수 있다구요!”
벌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고승겸이 의사에게 쏘아붙이자 의사는 놀란 눈을 하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