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5장
고승겸의 짜증 섞인 물음에 남연풍은 시약을 내려놓고 휠체어를 조종해 세면대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손을 씻은 뒤 마스크와 고무장갑을 끼고 실험대로 돌아와 담담한 어조로 그에게 말했다.
“고 선생, 나 지금 작업 시작할 거니까 좀 나가 줘.”
자신을 본체만체하는 남연풍의 태도에 고승겸은 불쾌했지만 해독제 개발을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남연풍에게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가 남연풍을 혼자 실험실에 있게 내버려 둔 것은 아니었다.
문을 나서자마자 그는 핸드폰의 앱을 열어 실험실에 설치해 둔 감시 카메라를 통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다.
남연풍은 별다른 수상한 움직임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고승겸은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며 핸드폰 화면에 머물던 시선을 접었다.
그가 막 고개를 들었을 때 마침 여지경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승겸아, 너랑 상의할 게 있어.”
여지경의 표정이 굉장히 엄숙했다.
고승겸은 여지경이 자신과 무엇을 상의하려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여지경과 함께 소파에 앉았다.
“남연풍 얘기 하시려고요?”
고승겸이 먼저 물었다.
고승겸의 행동을 뚫어져라 지켜보던 안나는 이 말을 듣고 조심스럽게 벽 뒤로 숨어서 귀를 쫑긋 세우고 엿듣고 있던 중 여지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승겸아,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남연풍을 어떻게 할 거냐고? 아직 출산 예정일이 한참 남았지만 세월 금방 간다. 장차 아이가 태어나면 절대 혼외자라는 꼬리표를 달게 해선 안 돼.”
“나 고승겸의 아이가 절대 혼외자가 되어선 안 되죠. 그럴 리도 없고. 적당한 기회를 봐서 명분을 줄 거예요.”
이 말을 들은 안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긴 손톱이 손바닥을 뚫을 기세였다.
그가 남연풍에게 명분을 주려 한다고?
하지만 고 씨 집안 며느리, 자작 부인 자리는 하나뿐이었다.
고승겸이 남연풍에게 제대로 된 명분을 준다는 건 안나의 입지가 위태로워진다는 얘기다.
안나는 불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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