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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1장

발소리를 듣자마자 남연풍은 고승겸이 올라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녀도 더 이상 숨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자신이 우러러보고 사모하는 남자 앞에서 자신의 못난 모습을 드러낼 용기가 없었다. 남연풍은 고승겸이 나타난 순간 몸을 돌려 칼자국이 남아 있는 오른쪽 뺨을 고승겸이 보이지 않는 쪽으로 돌려 여전히 섬세하고 고운 그녀의 왼쪽 얼굴만을 드러내었다. 장애인이 된 두 다리를 숨기는 유일한 선택은 침대에 느긋하게 앉아 있는 모습뿐이었다. 고승겸은 침대에 앉아 미동도 하지 않는 남연풍을 보며 성큼성큼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는 심드렁한 남연풍의 얼굴을 관찰하듯 가만히 바라보았다. “내가 시킨 일 벌써 잊어버렸어?” 고승겸은 차갑게 물었다. 그가 물었는데도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는 남연풍을 보고 고승겸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 “남연풍.” 그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말속에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은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 초요는 남연풍을 보다가 고승겸이 남연풍에게 다가가려 하자 고승겸의 앞을 가로막았다. “고 선생님. 남연풍 씨가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으니 그만 남연풍 씨의 뜻을 존중해 주시죠.” 고승겸의 발걸음이 어쩔 수 없이 멈추었고 불쾌한 그의 눈빛은 집어삼킬 듯 초요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꿈쩍도 하지 않는 초요의 표정을 보며 그의 불쾌한 눈빛도 점차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그때 산비아 칼리지에서는 너한테 이런 패기가 있었는지 몰랐어. 산비아에 오래 있어 봐서 나에 대해 잘 알 텐데, 그지? 지금 내 권위에 도전하는 거, 진심이야?” 고승겸의 말에는 경고의 의미가 가득 담겨 있었다. 그러나 초요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물러서지도 않았다. 그녀는 고승겸의 차갑고 가시 돋친 시선을 당당하게 받으며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고 선생님. 여기는 산비아가 아니라 경도라는 걸 확실히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여기는 당신 집이 아니에요.” “허, 참 재미있군.” 고승겸은 야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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