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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9장

그때. 또 그때 일을... 남연풍의 심장이 칼로 도려낸 듯 쓰라렸다. “남연풍, 지금 내가 당신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알아!” 고승겸이 이를 악물며 내뱉은 말에 억눌린 감정이 알알이 박혀 있었다. 남연풍은 눈썹에 힘이 꽉 들어간 채 밀려오는 그때의 아픔을 참지 못하고 괴로운 심정을 드러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 아픔이 얼마나 충격이었던지 지난 몇 년 동안 그 어떤 것도 고통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가장 마음이 쓰라린 것은 부모에게 미움을 받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움을 받는 것이다. “남연풍, 경고해 두겠어. 그때 당신이 떠날 때는 마음대로 떠났지만 제 발로 감히 다시 날 찾아왔으니 나한테 시달릴 각오 단단히 하는 게 좋을 거야.”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고승겸의 얼굴에 갑자기 분노의 빛이 드리워졌다. 그는 반항할 능력이 없는 남연풍을 침대 모서리로 몰아붙였고 남연풍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몸을 숙이고 가만히 있었다. 남연풍은 넋이 나간 듯 멍해졌다. 그의 말에 아픔이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론 기쁨이 느껴졌다. 이 모든 상황이 그녀에겐 꿈결처럼 느껴졌고 꿈속에서 남자의 또렷하고 냉혹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당신은 말로만 나를 가장 사랑한다고 하면서 애틋하게 대했던 거 아니야? 지금 이대로가 당신이 가장 원하는 결과잖아?” 그의 낮은 목소리에 조롱하고 경멸하는 빛이 묻어났지만 남연풍은 그것조차도 기분이 좋았다. 설령 그가 지금 그를 조롱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 창밖의 눈보라는 더욱 기세를 더하여 소리 없이 도시의 구석구석을 새하얗게 뒤덮었다. 호텔 스위트룸. 기모진은 줄곧 침대 곁을 지키며 소만리가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시약을 투여한 지 벌써 6시간이 다 되어 가지만 소만리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기모진은 남연풍이 건네준 시약을 꺼내들고 발코니로 나가 남사택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모진이 상황을 설명하자 남사택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남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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