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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2장

”내일 봐요. 유심씨.” 소만리는 손을 흔들며 돌아섰다. 그런데 두어 걸음 걸었을 때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초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만리는 의아한 듯 몸을 돌려 앞에 서 있는 여자를 조심스레 쳐다보았다. “예전에 남편이 당신을 소만리라고 부르는 걸 기억해요.” 초요는 버들가지 같은 가느다란 눈썹을 살며시 들어 올리며 탐색하듯 물었다. “왠지 예전부터 당신을 알고 있던 느낌이 들어요. 내가 말하는 예전이란 아주 옛날, 오랜 전이에요.” 그녀는 생각을 더듬어가듯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 기묵비라는 남자가 내 앞에 나타나 날 초요라고 불렀어요. 난 내가 초요가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그 기묵비라는 사람이 계속 나타났고 그때마다 이러지 말라고 말했어요.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더 이상 찾아오는 거 싫으니 매달리지 말라고 했더니 그 후로는 나타나지 않았어요.” 소만리는 묵묵히 말을 잇는 초요의 눈빛에서 쓸쓸함을 엿보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이 나타나지 않은 이후로 자꾸 그 사람이 꿈에 보여요. 그 사람이 나를 초요라고 부르는 꿈을 꾸었고 내가 그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였어요. 설마 내가 정말 초요인가요? 왜 내 기억 속에는 전혀 없었던 일처럼 생각이 나지 않는 걸까요?” 초요의 말을 들은 소만리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녀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미소를 띠며 겨우 입을 열었다. “아마도 그 사람이 자꾸 찾아오고 매달려서 그런 꿈을 꾼 것 같아요.” 소만리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당신은 초요가 아니에요. 나도 예전에 당신을 본 적 없어요. 아마 너무 깊게 생각해서 그런 거 같아요. 깊게 생각하지 말아요.” 초요는 소만리의 말을 듣고 난처한 듯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정말로 내가 생각이 좀 많았던 것 같아요. 내가 시간을 너무 뺏었네요. 그럼 조심해서 가세요. 내일 봐요.” “네. 안녕히 계세요.” 소만리는 인사를 하고 급히 돌아섰다. 자신에게 1초만 더 있었더라면 참지 못하고 초요에게 모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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