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7장
소만리는 경연의 눈에서 기괴하고 변화무쌍한 빛을 보았다.
그녀는 더 이상 깊이 따지고 싶지 않아 냉담하게 고개를 돌렸다.
“날 두려워할 필요 없어. 난 당신을 해치지 않아. 하지만 당신을 다시는 기모진 곁으로 보내지 않을 거야.”
경연은 가벼운 어조로 말을 했지만 그의 눈빛은 매처럼 날카로웠다.
“지금은 당신이 부모님과 함께 있고 싶을 거라 생각해. 난 일이 있어 먼저 갈 테니 당신은 여기 좀 더 있어.”
경연의 손가락은 소만리의 긴 머리카락을 돌아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다가갔다.
소만리는 얼굴을 돌리고 뒤로 물러서려 했으나 경연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쥐었다.
“해선 안 될 말은 부모님에게 하지 마. 당신도 부모님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겠지?”
이 말의 의미는 엄연히 협박이다. 소만리는 핑크빛 입술을 오므린 채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경연을 보지도 않았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화내는 건 정말 보기 싫어. 특히 여자는 더더욱 말야. 그런데 당신은 달라. 당신은 화를 내는 모습도 끌려.”
경연의 부드러운 시선이 소만리의 고운 얼굴을 훑고 나서야 비로소 손을 떼었다.
“일 다 처리하면 바로 데리러 올게.”
그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대문 쪽으로 걸어갔다.
소만리는 그 자리에 서서 바삐 걸어가는 경연의 뒷모습을 보며 주먹을 힘껏 쥐었다.
경연, 나 소만리는 당신 같이 살인죄를 짊어진 마귀가 계속 이렇게 자유롭게 이승을 활보할 수 있다는 걸 믿지 않아.
“소만리.”
모현의 목소리가 창문 너머에서 들려왔다.
소만리는 정신을 차리고 얼른 주먹을 풀었고 미소를 지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경연은 벌써 갔어?”
“네.”
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 엄마랑 여기 산 지는 얼마나 됐어요?”
“우리 집에 불이 난 다음날부터 경연이 나와 네 엄마를 이곳으로 데리고 왔지.”
모현은 지난날을 회상했다.
“흑강당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되도록이면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고.”
흑강당.
소만리는 이 세 글자를 다시 듣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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