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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9장

경연의 이 한마디가 소만리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녀는 물끄러미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보고 있어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소만리가 거의 정신을 잃은 듯한 모습을 보이자 경연이 다정하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소만리, 묻고 싶은 말이 있으면 물어도 돼요. 다 말해 줄게요.” 소만리는 가볍게 떨리는 손가락을 움켜쥐었다. “그 사람 지금 어디 있는지 알고 싶어요.” 경연은 눈썹을 한번 가다듬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경연의 대답을 말없이 듣고 있던 소만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 “그래서 강연의 곁에 있으면서 일부러 나와 아이에게 모질게 한 거예요? 첩자로서 잠입을 해야 하니까?” 경연은 말을 할까 고민을 하다 말했다. “당신한테 보여 주고 싶은 게 있어요.” 소만리는 눈을 들어 경연을 바라보았다. 온갖 복잡한 상념들이 얽혀들어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경연은 소만리를 차에 태우고 그날 호텔 룸에서 강연을 체포할 당시의 영상을 소만리에게 건네주었다. 그것은 기모진의 넥타이핀에 끼워진 초소형 카메라로 촬영한 것으로, 화면은 매우 고화질이었고 소리도 선명하게 들렸다. 소만리는 기모진이 강연을 따라 호텔 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와 강연은 마치 한통속이 된 것처럼 그 뚱뚱한 남자와 사업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뚱뚱한 남자가 강연과 계약서에 사인한 후로 모든 것이 완전히 뒤집혀 버렸다. 화면 속에 기모진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똑똑히 들렸다. 그는 강연에게 ‘게임은 끝났다' 라고 말했다. 그리고 뒤이어 기모진의 목소리가 또 들렸다. “정말로 내가 네 남자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그는 강연이 더 충격받을 만한 말을 하고 있었다. “나 기모진에게는 평생 한 여자밖에 없어. 그 여자는 소만리야.” 마지막으로 기모진은 무너져가는 강연을 직접 체포했다. 이를 본 순간 소만리의 눈에 뜨거운 물안개가 피어올라 시선이 흐릿해졌다. 그녀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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