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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4장

소만리는 벌떡 일어나 말했다. “기모진이 왔었다고요? 언제? 왜 왔대요?” “네가 공항에 배웅하러 나갔을 때 네가 나가자마자 막 왔었어.” 위청재는 수심에 찬 얼굴로 말했다. “온 지 몇 분도 안 돼 갔어. 기란군이 뒤에서 아무리 뒤쫓아가서 불러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버렸어.” 이 말을 듣고 소만리는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팠다. 그녀는 기란군이 왜 이렇게 기분이 가라앉았는지 그제야 이해했다. 알고 보니 아빠의 무정함과 무관심 때문이었다. “모진은 정말 강연한테 완전히 세뇌당했어. 걔는 널 그렇게 대할 뿐만 아니라 자식한테도 무관심했어. 봐. 기란군이 넘어져서 무릎이 다 깨졌는데도 아빠로서 조금도 마음 아프지 않은가 봐.” 소만리는 위청재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온몸이 괴로워졌다. 기란군 앞으로 돌아와 그의 바짓가랑이를 걷어올려 아이의 무릎에 감싼 붕대를 보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핸드폰을 꺼내 바로 기모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웬일로 전화가 빨리 연결되었고 바람 소리만 희미하게 들려올 뿐 기모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모진, 네가 사랑하지 않으면 않는 것이지 왜 상처를 주고 그래?” 소만리는 마음이 아파서 책망하는 말을 쏟아냈다. “당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을 슬프게 하는 것이 당신의 가장 큰 낙이야?” “기모진, 당신 마음이 왜 이렇게 독해?” 기모진은 텅 빈 묘지에 서서 소만리가 울부짖는 목소리를 들으며 어둡고 빛바랜 눈으로 멍하니 먼 산을 바라보다가 입술 사이로 온기 없는 말을 내뱉었다. “소만리, 할 말 다 했어?” 그는 그녀를 미치도록 그리워하는 마음을 억누르며 얼음처럼 차가운 말을 내뱉었다. “나 더 이상 당신 목소리 듣고 싶지 않아.” 그는 여지를 남기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산들바람이 불어왔고 서늘한 기운이 부서진 심장에 그대로 스며들었다. 늦여름 바람이 그렇게 차갑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핸드폰을 든 손을 떨구고 바로 앞에 있는 사화정과 모현의 묘비를 바라보다가 작은 무명의 묘비를 쳐다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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