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0화
이때 애교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추동현이 즉시 다정한 얼굴을 하고 돌아보았다.
최란도 고개가 돌아갔다. 젊은 여자가 일고여덟 살 된 사내아이를 데리고 왔다. 남자아이가 추동현에게 와락 안겼다.
“아빠!”
최란은 머릿속에서 콰르릉하고 번개가 치는 것 같았다. 눈이 휘둥그레져서 여자와 아이를 쳐다보았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잘못 본 게 아니라면 그 사람은 하진 그룹의 딸 하정현이었다. 백지안과도 매우 친했던 하정현은 예전에 파티장에서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하정현이 최란을 흘끗 보더니 말했다.
“죄송해요. 동현 씨랑은 오래됐네요. 얘가 우리 아들이에요.”
최란은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하정현의 말이 망치처럼 머리를 내려치는 것 같았다.
“추동현, 이 나쁜 자식!”
최란이 손을 들어 추동현의 낯짝에 분노의 따귀를 올려붙였다.
그러나 손이 닿기도 전에 추동현의 손에 밀려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최란, 나도 참을 만큼 참았어.”
추동현이 전혀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눈으로 최란을 노려보았다.
“당신의 그 큰언니 기세, ‘무조건 내 말 들어’의 태도, 내가 FTT의 힘을 빌릴 생각이 아니었다면 수십 년을 그렇게 참았을 것 같아?”
“처음부터 날 이용할 생각으로 접근했군. 날 사랑한다는 말도 다 거짓말이었어!”
최란의 두 눈에서 절망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당연하지! 다른 놈의 애까지 딸렸었는데!”
추동현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칼날처럼 예리했다.
“이제 FTT는 망했어. 그러니 당신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이혼 협의서는 사람 시켜서 보내도록 하지. 즉시 사인해서 돌려보내는 게 좋을 거야.”
“이 쓰레기 같은 놈.”
최란은 울분이 치솟았다. 눈에서 남편의 일탈에 대한 분노가 이글이글 타올랐다.
“우리 집안과 FTT를 다 빨아먹고 나니 나는 이제 차내버리겠다, 이건가? 꿈 깨시지. 당신의 그 악랄한 진면모를 다 공개해 버리겠어.”
“할 테면 해봐. 우리 추신에서 랜들의 반도체 사용권을 가지고 있는 이상은 누구라도 우리와 협력하려고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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