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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4화

여름은 흠칫했다. 깜짝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민 실장은 여름이 동요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더욱 악랄하게 소리 질렀다. “백지안 님과 관계가 가능해지면 당신 따위 찾지 않으실 거야. 못 믿겠다면 스스로 알아보시던지. 회장님의 심리적인 저항만 치료된다면 당신은 이용 가치가 없어. 그러니 뒷날을 생각해서 내게 일말의 체면이라도 남겨주는 게 좋을걸. 나주에 후회할 일 하지 말라고!” “그런 거였군.” 여름은 심호흡을 하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끄덕였다. “그러면 좀 있다 가서 물어봐야겠네.” “그러기만 해 봐.” 민정화가 펄쩍 뛰었다. 여름의 마음에 틈을 만들려는 의도였는데 만약 자신이 여름에게 그따위 소리를 했다는 사실을 회장님이 알게 되면 목숨이 남아나지 못할 판이었다. 그런 문제는 남자에게 있어 엄청난 체면이 걸린 문제가 아닌가. 여름은 소리 내어 웃었다. 민정화가 점점 더 두려워하는 것을 보니 사실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준과 백지안이 그렇게 오래 사귀었는데 아직까지 관계를 하지 못했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오호, 이거 퍽 재미있게 되었는걸. 그러니까 최면으로 머릿속은 가져갔는지 몰라도 몸에는 거부당하고 있다?’ 어쩐지 갑자기 하준에게 마음이 약해졌다. 돌연 이전에 느껴지던 거리감이 확 사라진 느낌이었다. “뭘 잘 모르시나 본데, 왜 백지안에게는 그쪽 방면에 흥미가 안 생기는지 알아? 최하준이 마음속에는 나뿐이기 때문이거든.” 여름의 가위가 민정화의 바지를 갈라 내려갔다. 드러나는 살에 수치스러워 소리 지르느라 민정화는 이제 여름에게 쓸데없는 소리 할 겨를이 없었다. “시선 돌리지 말고 똑바로 보세요. 시선 돌리는 사람은 내가 봐두겠어요.” 강여름은 그 자리에 있는 남자들을 하나씩 노려보았다. 거대한 체구의 남자들은 귀까지 빨개진 채로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반성의 방에서 그 긴 세월을 일했지만 이렇게나 곤란한 일은 진짜 처음이네.’ 어쨌든 평소 운동으로 다져진 민정화의 몸에 눈이 가지 않을 수가 없는 데다 평소에는 전혀 알 수 없었던 섹시한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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