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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화

하준은 여름의 뒷모습을 보는 심정이 복잡했다. ‘지안이가 날 속인다고?’ 하준은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분명 강여름의 교활한 음모였겠지.’ 어젯밤 땀을 많이 흘려서 하준은 찝찝했다. 그런데 사워를 하려고 들어가 보니 타월이 없는 게 아닌가? 가만 생각해 보니 아까 여름이 집어던진 수건이 기억났다. 하준은 결벽증이 있어서 백지안이 한 번 닦은 수건도 절대 참지 못했다. 그러나 여름이 썼던 것은 조금도 반감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수건에서 여름의 냄새가 나서 좋았다. 샤워를 마치고 나와 보니 여름이 식탁에서 국수를 먹고 있었다. 위에는 계란도 올라가 있었다. 딱 보기에도 너무나 맛있어 보였다. 밤일로 피곤해진 하준은 갑자기 배가 고팠다. “내 건?” 하준은 그대로 의자를 당겨 옆에 앉았다. 마치 밥을 기다리는 강아지 같았다. 여름은 느른하게 하준을 한 번 쏘아보았다. “당신 건 당신 집에 있겠지.” “……” “여기서 아무리 기다려 봐야 식사 바치는 사람 없어.” 기대에 차 있던 하준의 얼굴에 분노가 들어차는 것이 그냥 봐도 보였다. “강여름, 난 지금 여기 있잖아. 아, 몰라. 나 배고프다고. 빨리 국수 끓여 줘” “내가 왜 당신에게 국수를 끓여줘야 하는데? 내가 국수 끓여주면 감사한 마음이 들기는 하겠어? 어젯밤에 구해준 감사 인사도 난 아직 못 받았는데.” 눌러왔던 화가 폭발해서 여름이 마구 쏴댔다. “허구한 날 남의 집에 와서 먹고 마시고 말이야. 내가 밥값도 안 바라. 그저 문제 거리나 들고 오지 마. 꺼져!” “지금 나더러 꺼지라고 한 거야?” 하준의 몸에서 음험한 기운이 퍼져 나왔다. “아니면? 가란다고 갈 거야? 문제는 당신은 지금 갈 생각이 전혀 없다는 거지.” “……” ‘걸어나가지 않을 거면 꺼져라, 그런 말이야?’ 화가 나서 하준이 얼굴이 어두워졌다. ‘왜 전에는 강여름이 이렇게 말을 매섭게 하는 사람인지 몰랐을까?’ “죽고 싶어?” “왜? 보니까 사람 한 대 치겠네? 쳐 봐, 어쨌든 난 지금 온몸이 멍투성이라 아파 죽겠는데 두어 대 더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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