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화
하준은 단숨에 그릇을 싹 비웠다. 그러나 아직 배부른 느낌은 아니었다.
화장실까지 가서 빨래하는 여름을 보고는 잠시 생각하다가 결국 그냥 가기로 했다.
운전하고 가다가 먹자 골목을 지나게 되었다. 볶음밥을 파는 집이 꽤 보였다. 고소한 냄새에 끌려 하준은 결국 한 그릇 주문하고 말았다. 그러나 한 입 먹다 말고 다 뱉고 말았다.
“이건 너무 맛이 없잖아!”
“뭐, 불만 있수?”
가게 주인은 하준의 말에 별안간 화가 났다.
“내가 여기서 밥을 십수 년 볶으면서 장사를 이렇게 잘했는데, 뭐? 밥이 맛이 없어?”
“맞아요. 이 집 볶음밥이 이 동네에서 제일 맛있는데.”
마침 줄 서있다가 들어오던 대학생이 듣고는 어이없어 하며 한 마디 했다.
“……”
‘내가 강여름 밥에 중독됐나?
아니, 아무리 그래도 볶음밥을 십수 년을 팔았다는 사람보다 강여름이 한 것보다 맛있지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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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 별장으로 돌아온 뒤.
백지안은 야한 잠옷으로 갈아입고 하준을 맞았다.
하준이 빈손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백지안의 동공이 잠시 흔들렸지만 티 내지 않고 물었다.
“준, 왜 이렇게 늦게 왔어?”
“… 야근을 좀 했거든”
하준은 오늘 여름의 집에서 벌어졌던 일을 생각하며 무심코 말했다.
“그랬구나.”
한껏 기대에 부풀었던 백지안의 마음이 축 처졌다.
“오늘 미팅 때 강여름이 전화해서 협박한 거 아니야?”
“그랬지.”
하준은 원래 오전 미팅 때 백지안에게 준 망신을 갚아줄 생각으로 여름에게 갔지만 집에 들어서자 마자 잊어버리고 말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준은 심하게 죄책감을 느꼈다.
“지안아, 미안해. 내가….”
“괜찮아. 아무 말도 하지 마. 다 날 위해서 그런 거 알아.”
백지안이 하준의 품을 파고 들었다.
“난 그냥 강여름이 널 내게서 빼앗아 갈까 봐 두려울 뿐이야. 오늘 회의가 끝나고 나서 날 찾아와서 내가 가진 모든 걸 다 망가뜨리겠다고 하더라고.”
“망가뜨려?”
하준의 눈에 얼음 같은 서늘함이 스쳤다.
“자기 주제를 알아야지.”
그나마 여름에게 남아있던 일말의 미안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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