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화
말을 할수록 화가 치밀었다. 몇 년 동안 스스로를 잘 억제할 줄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순간만큼은 아무래도 마음대로 통제가 잘 안됐다.
화가 치밀어서 찾아왔던 하준도 이때는 여름의 기세에 조금 밀리고 말았다.
“그걸 당신 엄마가 남겨준 건지 내가 어떻게 알아?”
여름은 웃었다.
“그래, 당신은 모르겠지.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
예전에는 분명 다 알던 것이었지만 이제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하준이었다.
그러나 여름은 하준이 기억을 잃었다고 해서 모든 것을 용서할 생각은 없었다.
‘사람이 기억을 잃을 수는 있어도 여자 하나 때문에 남의 것을 진흙탕에 마구 집어 던지면 안 되지.’
“그렇다고 지안이에게 함부로 손대면 안 되지.”
하준이 불만스럽게 뱉었다.
“누가 죽은 척하랬나? 그래도 지안이가 화신을 얼마나 열심히 관리했는데. 실적도 상당히 올려놨다고.”
“그 큰 화신에 인재가 없었을까? 이전에도 오 사장이 관리 잘하고 있었거든. 백지안 같은 게 없어도 잘 굴러가던 회사였어. 백지안은 의학 전공이지 경영 전공도 아니잖아? 회사를 경영하고 싶었으면 영하나 경영할 것이지 왜 화신에 와서 난리야?”
여름이 가식적인 웃음을 띠고 말했다.
“그 인간은 그냥 내 것이 빼앗아 가고 싶었던 거야. 왜? 와서 우리 아버지도 빼앗아 가라고 그래. 벨레스도 빼앗아 가고!”
“됐어. 지안이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최하준이 이제 도저히 못 들어주겠다는 듯 말을 끊었다.
“애초에 부동산 투자 쪽에 관심 있어 하는데 내가 가진 부동산 회사가 없어서 화신을 넘겨준 거야.”
“아~ 그러면 이제 내가 당신들이 내 화신을 키워줘서 고맙다고 인사해야 하는 건가?”
여름이 갑자기 입꼬리를 올렸다.
“뭐, 공로상이라도 드려야 하나?”
“난 당신 그 비꼬는 말투가 제일 마음에 안 들어.”
최하준이 굳이 혐오를 감출 생각도 없는 듯 말했다.
“그래. 내 이런 꼴이 보기 싫으면 하루빨리 화신을 내게 돌려주면 되겠네. 당신 그 백지안 빨리 내보내고. 내일은 내가 화신으로 돌아가서 정리 좀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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