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4화
백지안이 와인잔을 꽉 잡았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해 본 적 있니? 젊은 여자가 납치되고 나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세 사람은 모두 깜짝 놀랐다.
술잔을 쥔 하준이 손이 떨렸다. 고개를 들어 놀란 눈으로 백지안을 쳐다봤다.
“세세한 이야기까지는 하지 않을게. 너무 힘드니까.”
백지안은 입술을 깨물더니 다시 술을 한 모금 마셨다.
“당하고 또 당하고… 얼마나 당했는지 모르겠어. 한참 만에야 겨우 기회를 잡아서 탈출했지만 난… 난 이미 죽은 사람이 되어 있더라고. 비자도 취소되고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올 방법이 없었어. 식구들에게 간신히 연락을 했었는데 식구들은 날 모르는 사람 취급하면서 그냥 그대로 외국에서 사라졌으면 하더라고.”
“너무 하잖아. 멀쩡하게 살아있는 사람에게!”
송영식이 벌떡 일어섰다.
“하준이에게 연락할까 하는 생각을 안 해본 것도 아니지만… 난 이미 하준이에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된 것 같더라고.”
백지안이 눈을 깜빡이자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준이는 하늘의 별 같은 존재인데 나는… 그런 몸이 되어버려서 하준이가 날 잊고 새로운 사람을 만났으면 했어.”
하준은 두 눈을 감았다. 심장이 기름에 덴 것 같았다.
자신이 백지안을 죽었다고 생각했을 때 지안이 겪었을 마음의 고통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여름이 아이를 가졌고 하준의 마음도 달라졌다.
“됐어. 거기까지만 얘기하자.”
이주혁이 손수건을 건넸다.
송영식은 심장을 에는 것 같았다.
“지안아, 걱정하지 마. 네가 어떤 모습이 되어 있더라도 우리는 널 버리지 않아. 넌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순수한 소녀야.”
“고맙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백지안이 웃었다.
“사실은 이번에 중요한 일이 있어서 돌아왔어.”
그러더니 백지안은 명함을 석 장 내밀었다.
하준은 백지안의 명함을 받아 들고 흠칫했다.
“네가 그 글로벌한 명성을 떨친다는 정신의학 박사 나드쟈야?”
“명성까지는 좀 과장이지만 이쪽 방면에서 나쁘진 않은 편이야.”
백지안이 빙그레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최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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