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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화

여름은 무척 놀랐다. 사실 지금까지 최양하라는 사람에게 그다지 호감이 없었다. 그러나 최양하와 자신은 어딘지 비슷한 처지에 있다는 동병상련을 느꼈다.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우리가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그나마 최양하 씨 형편은 저보다는 낫잖아요. 부모님들이 결혼도 하셨고.” “그렇네요. 하지만 늘 형님과 저를 비교하는 시선들이 쫓아오죠. 전 항상 형님 그늘 아래에 있어요.” 최양하는 어깨를 으쓱했다. “가요. 같이 들어가 보시죠.” “…감사합니다.” 여름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결국 그를 쫓아 나섰다. 여름에게는 직원 수만 명의 생계가 걸려있었다. 여름은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처지였다. ****** 사흘 후. 최하준은 국제회의를 마치고 귀국했다.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하자 상혁이 곧바로 회사 상황을 브리핑했다. 보고를 들으며 승용차로 이동했다. “화신이 개발하려는 부지와 관련된 서류 작성을 모두 끝냈습니다.” 상혁이 말했다. 하준이 목을 조이던 넥타이를 한 손으로 훌훌 당겨서 느슨하게 풀었다. “우리 쪽에서 누가 화신을 도와준 거야?” “최양하 상무입니다.” “…….” 순간 주변 공기가 무거워졌다. 상혁은 하준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감지했다. “이 자식이 또 무슨 수작이야?” “뭘 좀 알아낸 거 아닐까요?” 상혁이 의심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 “어쩐지 요즘 그 녀석이 너무 한가해 보인다 했어. 푸르크쪽 프로젝트는 계속 진전이 없고 말이야. 이 자식을 그쪽으로 보내야겠어.” 최하준이 어떤 주저함도 없이 담담하게 지시를 내렸다. 상혁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푸르크 쪽에 상무님을 투입시키는 사안은 신중히 처리하셔야 합니다. 정치적으로도 불안하고, 여사님이 언짢아 하시지 않겠습니까?” “그게 대수야?” 하준이 대수롭지 않은 듯 가볍게 웃어넘겼다. “화신에 아무 일 없을 줄 알고 안심하고 있겠지? 강여름은 너무 물러.” 상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폭풍전야의 기운을 느꼈다. 요즘 최하준이 가까스로 안정을 되찾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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