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7화
여름은 아무 말이 없었다.
이 정도로 쉽게 살해 사주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과거 자신의 어머니에게도 똑같이 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부인의 실체를 이제야 깨달은 아버지는 한 번도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의심해본 적 없겠지.’
“여름아, 안심하렴. 이번에 이혼하기로 결심 굳혔다.”
서경주는 이렇게 말하고 이혼합의서를 작성하러 갔다.
양유진이 말했다.
“아버님은 이혼 못 하실 겁니다.”
“맞아요.”
여름도 동의했다.
“두 집안이 오랫동안 협력 관계였던 데다 서유인이 FTT 장남이랑 사귀니까요. 그 집안에서 신지와 벨레스를 다 등에 업지도 않은 서유인을 며느리 삼을 리 없죠. FTT와 혼인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점만 들어도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온 집안이 이혼에 동의할 리 없어요.”
양유진이 안타까워했다.
“그럼 이번에….”
“적은 한 번에 무너지지 않아요.”
여름이 시선을 내리깔았다.
‘서유인이 최하준의 연인만 아니라면 아버지가 위자영과 이혼할 수 있어.’
******
깊은 밤.
외딴 산골 마을.
강여경이 목숨 걸고 마을에서 도망 나오고 있었다. 매일 밤 그 역겨운늙은이에게 괴롭힘당하느라 미칠 지경이었다.
“야! 거기 서!”
등 뒤에서 우락부락한 노인이 작대기를 들고 미친 듯이 쫓아오고 있었다.
거의 다 따라잡았을 때쯤 봉고차 한 대가 갑자기 눈앞에서 멈추더니 안에서 누군가 강여경을 끌어올렸다.
따라오던 남자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달렸다.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었다.
‘드디어 해방이야! 이제는 추위과 굶주림에서도 빨래에 밥하는 일에서도 해방이야!
이게 다 강여름과 최하준 때문이야!’
“당신이 강여경인가?”
차 안에 있던 한 남자가 역겨운 듯 쳐다보며 물었다.
“누, 누구세요?”
강여경은 깜짝 놀랐다.
“널 만나고 싶어 하는 분이 계셔.”
5시간 후 강여경은 눈이 가려진 채 낯선 곳으로 끌려갔다.
“여기가 어디예요? 당신들은 누구고요?”
“내가 누군지는 알 필요 없고, 강여름과 최하준에게 복수하는 걸 도와줄 거라는 것만 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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