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화
최양하가 의미심장하게 눈을 가늘게 떴다. 자신에겐 앞에서만 굽신대고 제멋대로이던 간부들이 최하준 앞에서는 충견처럼 비굴하게 굴고 있었다.
씨익 웃고는 하준을 불렀다.
“형.”
하준은 냉담하게 힐끗 보았다.
“안 그래도 찾고 있었다. 아침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던데.”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요. 출근길에 차 사고 현장을 목격해서 그 사람 병원에 좀 데려다주고 오느라고.”
“다음엔 못 오면 회사에 통보해라.”
하준은 룸으로 들어갔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형은 문병이라도 가야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군요. 사고 난 사람이 서 회장 딸이던데. 서유인은 아니고.”
과연 하준이 멈칫했다.
몸을 돌려 최양하를 똑바로 보았다. 깊은 눈동자 속에 검은 물결이 요동치는 것 같았다.
“강여름?”
“네.”
최양하가 사뭇 안타깝다는 얼굴을 했다.
최하준은 오른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입을 살짝 내밀었다.
“많이 다쳤나?”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병원에 데려다주고 바로 왔으니까.”
하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데 차 브레이크에 문제가 있는 것 같던데. 엄청 위험한 상황이었어요. 구하러 가보니까 이미 인사불성이더라고.”
뒤에 있던 심 전무가 ‘히익’하는 소리를 냈다.
“그런 내리막 커브에서 브레이크 고장이라니, 저승행 고속도로 아닙니까?”
하준은 룸 문을 발로 툭 찼다.
“들어갑시다.”
룸에 들어간 하준이 상혁에게 눈짓을 했다. 상혁은 의중을 파악하고 바로 조사하러 나갔다.
상석에 앉은 하준 옆으로 임원진이 앉아 떠들기 바빴으나 하준의 귀에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살아오면서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냉정함을 잃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각 하준의 머릿속엔 온통 강여름뿐이었다. 깜찍하고 잔망스러우면서도 수줍던 강여름으로 가득 차 있었다.
며칠 전만 해도 자신의 앞에서 수줍게 입맞춤을 당하던 여름이었는데 지금은 차 사고로 생사조차 알지 못하다니….
갑자기 심장이 뻐근해 왔다.
하준은 벌떡 일어섰다.
“일이 좀 생겨서 좀 가봐야군요. 다들 식사는 알아서 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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