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3화
3층 서재.
최하준이 한 손에 담배를 끼고 또 한 손은 서류를 넘기며 읽고 있었다. 탁상등의 밝은 불빛이 그의 완벽하기 그지없는 얼굴 위로 번지고 있었다. 주위의 그 모든 떠들썩함이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듯 무심한 표정이었다.
콰당하고 문이 열렸다.
장춘자 여사가 씩씩거리며 들어왔다.
“여기 있었구나. 네 와이프 될 사람 찾으라고 특별히 신경 써서 파티를 열었는데 참 잘하는 짓이다. 방구석에 숨어 있기나 하고, 대체 결혼할 생각이 있니, 없니?”
“없습니다.”
하준이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
하준의 할머니는 화가 나 쓰러질 지경이었다.
“싫어도 가라. 누가 이 집안 장손으로 태어나랬어? 결혼은 해야 할 거 아니냐? 지안이는 죽었다. 언제까지 이러고 허송세월하고 있을 작정이야?”
서류를 넘기던 하준의 기다란 손가락이 잠시 주춤했다.
장춘자가 서류를 한쪽으로 치워버렸다.
“일이야 나중에 하면 되지. 오늘 밤에 마음에 드는 아가씨 안 골라 온다면 내가 그냥 죽어버릴란다.”
“할머니….”
하준이 맨손 세수를 했다. 이래서 돌아오고 싶지 않았었다. 서른이 다 된 사람에게 아침저녁으로 결혼 이야기라니!
‘그래서 여름과 결혼을 해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나 했었는데….’
여름이 떠오르자 하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어차피 결혼을 해야 한다면 일찍 하든 늦게 하든 별로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냥 할머니가 하란 대로 따르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하준은 일어나 장춘자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장춘자는 매우 기뻐하며 하준과 함께 이층에서 아래에 있는 아가씨들을 관찰했다.
“잘 보렴. 어느 집 딸이 마음에 드니?”
하준은 아래를 내려다보자마자 골치가 아팠다. 거기 있는 여자들은 모두 떡칠을 하고 있었다. 화장을 지우고 난 맨얼굴은 분명히 다를 것이었다.
여름은 달랐다. 메이크업을 했든 안 했든 깨끗하고 맑았다.
하준의 시선이 갑자기 어떤 여인의 얼굴에서 멈췄다.
장춘자도 하준의 시선을 따라 내려다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벨레스 서경주 회장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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