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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화

“농담 아니고,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근데 지금은 제가 화신에서 자리가 없어져서요.” 강여경이 쓴웃음을 지었다. “우리 아버지의 위치도 지금 위태위태해요.” “내 옆에만 붙어 있으면 다 해결해 주지. 난 지금껏 주변 여인들에게 푸대접해 본 적이 없는 몸이란 말이야.” 최윤형이 만면에 천진난만한 미소를 띠었다. “그럼 약속해 주시는 거죠? 우리 잘 지내봐요.” 강여경은 마음을 굳게 다잡고 최윤형에게 다가가 입을 맞추었다. 이내 호텔 스위트룸에 거친 숨소리가 가득해졌다. 강여경은 속으로 울음을 삼키며 독을 품었다. ‘강여름, 오늘 내가 당한 고통, 천 배 만 배로 너에게 갚아 줄 거야.” ****** 연말이 다가왔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화신의 창립기념일 파티가 7성급 호텔에서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오늘 저녁에는 요즘 핫한 아이돌과 인기 스타들도 초대했을 뿐 아니라 정계 재계 인사들도 초청된 자리였다. 여름은 신임 대표이사 자격으로 초호화 승용차를 타고 호텔 입구에 천천히 들어섰다. 차 문이 열리자, 복고풍의 블랙 롱 드레스에 손에는 반짝이는 미니 클러치를 살짝 감아 든 여름이 모습을 드러냈다. 블랙은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소화하기 힘든 색상이지만, 오늘은 여름의 작고 하얀 얼굴을 돋보이게 하는 최상의 색상이었다. 말린 장미 색상의 립스틱은 섹시하면서도 청순한 이미지를 더해 주어 오늘 여름은 실로 가장 우아하고 세련된 모습이었다. 언론의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카메라 플래시 터지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국내 최연소 기업인의 모습을 담는데 열중했다. 카메라 앞에서 잠시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저쪽에서 갑자기 꺄악하는 환호소리가 들려왔다. “이것 봐. 전 세계 몇 대밖에 없는 플래티넘 버전이잖아.” “전체가 티타늄 합금으로 제작되어 한 대에 50억 정도 한대요.” “번호판 봐. 완전 쩔어.” “대박! 도대체 저 안에 누가 타고 있어? 화신그룹 창립기념파티에 온 건가?” “야, 차 문 열렸어. 이제 내리나 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짙은 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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