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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화

“그럼, 계속 거기 서 계시던가. 같이 안 가면 삐칠 거야.” 여름이 입을 삐죽거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게 억지를 쓰는 모습은 처음이라 최하준은 말문이 막혔다. 마지못해 자리로 가서 앉을 수밖에 없었다. 10여 분 후 치킨이 나왔다. 감자튀김에 불닭다리까지…. “이 닭다리, 예술이에요.” 여름이 흥분해서 최하준에게 권했다. “보여줄 게 있습니다.” 최하준은 핸드폰을 꺼내 검색을 하더니 치킨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보여주었다. 뭔가 해서 들여다보았더니 날개와 다리가 몇 쌍씩 붙어 있는 기형 닭 사진이었다. “쭌, 이렇게까지 흥을 깰 필요는 없잖아요.” “이런 음식에는 해로운 물질들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오늘만 봐주는 거예요. 다음부터는 이런 데서 먹는 걸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어린애도 아니고….” 최하준은 일관성 있게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여름은 더는 상대하기도 귀찮아 닭날개에 집중하고 두 개를 순삭했다. 그리고 다른 치킨 조각들을 뜯어먹다가 별맛이 없자 최하준의 입속으로 쑤셔 넣었다. 최하준은 느닷없이 치킨으로 입이 막힌 채 여름을 노려보았다. 여름은 되려 당당하게 말했다. “남자친구는 이렇게 하는 거라고요. 여자친구가 먹기 싫어하면 대신 먹어주기도 하고, 저 사람들 좀 봐요.” 과연 저 옆에는 대학생 같아 보이는 두 남녀가 앉아 있었는데, 여자친구가 햄버거를 몇 입 베어 물다가 남자친구에게 넘겨버렸다. “맛없어. 자기가 먹어줘.” 남자친구가 거절하자, 여자친구가 나긋나긋하게 애교를 부렸다. “내가 먹던 건 싫다는 거야? 나 사랑하는 거 맞아?” 최하준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는 아연실색했다. 최하준과 마주 보고 있던 여름은 눈을 깜박이며 저쪽 두 남녀를 쳐다보며 한숨 지었다. “완전 부러워요. 나도 저런 거 해보고 싶다.” “그만.” 최하준은 이를 부득부득 갈며 여름이 먹다가 남긴 치킨 조각을 베어 물었다. 전에는 여름이 항상 최하준을 따라주었는데 어쩐 일인지 지금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우스운 건 이런 변화를 은근히 즐기고 있다는 점이었다. 최하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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