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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화

“계속합시다. 조금 전까지 논의했던 안건은 뭐죠?” 여름이 조 이사의 반응을 무시하며 담담한 얼굴로 회의장 안을 둘러보았다. “방금 인테리어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강여경 상무가 디자인 기획안을 제출했는데 저희 모두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오 부사장이 머뭇거리며 디자인 도안을 펼쳤다. 강여경은 심장이 툭 떨어졌다. 강여름이 회의에 참석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여름은 분명 그 기획안을 알아볼 것이다. 호텔에서의 그날, 여름이 가져왔던 그 기획안 그대로였다. 하지만 강여경이 훔쳤다고 해도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면 중역의 비웃음을 살 것인데... 여름은 디자인 도면들을 뚫어지게 들어다보더니 차윤에게 귓속말로 몇 마디 지시했다. 차윤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밖으로 나갔고 여름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흠… 기획안 정말 훌륭하군요. 출력 시간이 오늘 새벽 1시인데, 강 상무는 낮에 출근한 걸 보니 철야 했나 보군요.” “그렇습니다. 강 상무가 며칠 밤을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일했다고 합니다.” “노고가 많았습니다.” 회의실이 강여경을 칭찬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강여경은 어깨가 으쓱해졌다. ‘일부러 늦은 시간에 출력했는데 먹혔군.’ “제가 작업한 디자인 기획안 어떠신가요?” “디자인이 훌륭합니다. 그런데 아주 공교롭군요. 내가 보름 전에 이것과 똑같은 기획안을 잃어버렸거든요.” 여름의 발언에 갑자기 장내 분위기가 싸하게 변해버렸다. 회의 참석자들은 조용해졌다. 강여경은 질새라 억울한 척 연기를 했다. “내가 디자인을 베꼈단 말씀이신가요?” “강 상무 재능을 질투하는 건 아니겠죠?” 조영호 이사가 비꼬듯이 말했다. “다들 아시겠지만 여기 두 자매분 사이가 안 좋으십니다. 두 분 사적인 관계를 회사로 끌고 들어와 괜한 힘겨루기를 하시면 곤란합니다.” 잠시 모두 숨을 죽이고 여름의 표정을 살피며 눈치를 보았다. 명색이 대표이사인데 그릇이 너무 작은 거 아닌가. 회의장이 점점 술렁거렸다. “여러분들이 믿지 못하는 건 당연합니다.” 여름이 짧게 한숨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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