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화
여름도 너무 놀랐다. 자신의 어깨에 한선우의 옷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렇구나. 분명 또 오해를 한 거야.’
하지만 여름은 지금 너무 피곤했다. 싸우고 싶은 생각도, 힘도 전혀 없었다.
“뭐 하시는 겁니까?”
한선우가 가늘게 눈을 뜨고 물었다. 한선우가 아무리 둔해도 같은 남자로서 최하준이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여름이랑 의뢰인과 변호사 이상 뭔가가 있는 거야?’
“내가 뭘 하는지 똑똑히 보시지.”
최하준은 무표정하게 여름의 턱을 살짝 들어올려 거리낌없이 입을 맞추었다.
“강여름씨는 내 사람입니다. 이제부터는 떨어져. 안 그랬다간 당신 네 한주그룹은 가만 두지 않겠습니다.”
한선우는 벼락이라도 맞은 것 같았다.
“말도 안 돼! 여름이는 당신을 사랑하지도 않아요. 여름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응?”
여름도 놀란 나머지 아무런 표정도 지을 수 없었다.
수없이 많은 상상을 했었다. 거만하게 최하준의 손을 잡고 한선우 앞에 당당히 나타나 ‘내가 너의 외숙모다.’라고 선언하는 장면을.
그런데 복수는커녕 이렇게 인격적인 모욕을 당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다니….
‘그래, 나는 그냥 계약에 종속된 관계니 최하준이 원하는 대로 있어야겠지?’
“아직 모르겠습니까?”
여름의 얼굴에 가득 찬 슬픔을 보니 더욱 화가 났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르고 입에서는 얼음같이 차가운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세상에 공짜가 어딨습니까. 재판에서 승소하고 감옥에서 썩지 않게 해주었으면 합당한 대가가 있어야지 않겠습니까?”
한선우가 큰 충격으로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머리를 흔들었다. 얼굴은 창백해져서 어쩔 줄을 몰랐다.
“아니, 난 믿을 수가 없어.”
어릴 때부터 작은 공주님처럼 잘 자라온 여름이가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믿거나 말거나 마음대로 하십시오.”
여름의 하얀 얼굴을 쓰다듬으니 마음속에 숨겨둔 잔인함이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여름이 절망할수록 최하준은 더욱 통쾌했다.
이것은 모두 강여름이 자초한 일이다!
“이 나쁜 자식!”
한선우는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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