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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9화

‘그래, 그때 내가 그랬지. 그때라니, 얼마나 되었지?’ 얼마나 오래전 일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원연수는 살짝 몸을 떨었지만, 곧 평온을 되찾았다. 후다닥 침대로 가서 위에 놓여 있던 옷을 집어 들었다. 이주혁은 수건 아래로 드러난 원연수의 가느다란 두 다리를 노골적으로 탐욕스러운 눈을 훑었다. 원연수는 아무것도 못 본 척하고 옷을 들고 욕실로 향했다. 그러나 수건을 감고 있어 걸음을 크게 못 걷고 종종거리는 모습이 도리어 귀여웠다. 원연수는 잔뜩 긴장해서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 이주혁이 다시 또 강제로 키스라도 해올까 싶어 두려웠다. 전에는 옷이라도 입고 있었지, 지금은 이주혁이 마수를 뻗쳐오면 절대 벗어날 수 없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주혁은 내내 소파에 가만히 앉아서 일어서지 않았다. 원연수는 욕실로 들어가 문을 잠근 뒤에야 한숨을 돌렸다. 이주혁은 카드 키를 손에 들고 빙글빙글 돌렸다. 길게 심호흡을 하며 한창 성을 내는 자신의 남성을 느끼면서 낮을 소리로 욕설을 내뱉었다. 여자의 뒷모습을 보면서 이렇게나 잔뜩 성을 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너무 오래 여자를 안지 못해서 그래. 아니, 그래도 이건 너무 굴욕적인데.’ 곧 다시 욕실 문이 열리더니 원연수가 평범한 분홍색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나왔다. 완전히 신입생 같은 모습이었다. “핑크색을 입을 줄은 몰랐는데?” 이주혁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난 뭐 핑크색 입으면 안 되나요?” 원연수가 반박의 말로 이주혁의 입을 막았다. 원연수가 평소 핑크색 옷을 입지 않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지금 입은 티셔츠는 명품 브랜드의 모델로서 협찬을 받은 옷이라 입지 않을 수 없었다. 이주혁은 흠칫하더니 기다란 속눈썹 아래로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래, 원연수도 핑크색 옷을 입을 수 있지. 처음 봤을 때부터 백소영을 닮은 저 눈동자 때문에 내가 너무 백소영의 캐릭터를 원연수에게 과도하게 투영하고 있는지도 몰라.’ 이주혁이 기억하는 백소영은 결코 분홍색을 입는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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