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4화
백지안이 떠나자 하준은 여름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자기야, 내가 해변 별장을 다 부쉈어.”
여름은 사무실에서 하준이 걸어온 영상을 받았다가 폐허 위에 서 있는 하준을 보고 움찔했다. 그 아름답던 집이 이렇게 폐허가 되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아니, 그렇게 할 일이 없어?”
여름은 어이가 없었다.
“아침에 출근한다더니 가서 집을 부수고 있었어? 어떻게 한 거야?”
“굴착기를 빌려왔지.”
“굴착기도 운전할 줄 알아?”
여름은 깜짝 놀랐다.
“응, 좀 배웠지.”
하준이 웃었다.
“……”
여름은 할 말을 잃었다.
몇 달은 배워야 하는 굴착기 운전을 대체 어디서 언제 배웠단 말인지….
“축하해. 돈 벌 수 있는 기술이 또 늘었네.?”
여름이 놀렸다.
“여긴 내 손으로 부수고 싶었어. 우리의 신혼집이 백지안에게 더럽혀졌잖아. 그대로 남겨두고 싶지 않았어.”
하준이 진지하게 말했다.
“백지안은?”
여름이 물었다.
“내가 쫓아냈지. 후다닥 뛰쳐나가면서 보석을 한 보따리 들고 가더라고.”
하준은 좀 슬픈 기분이 되었다.
“대체… 어쩌다가 그렇게 마음이 천박한 사람을 만났을까? 백지안이 내 여자친구였다는 걸 생각만 해도 너무 비참하다.”
“그러면 내 생각을 해. 그러면 기분이 좀 나아지지 않겠어?”
여름이 장난스럽게 눈을 깜빡여 보였다.
그런 여름을 본 하준은 심장이 녹아 내리는 것 같았다.
“자기야, 우리 같이 점심 먹자. 보고 싶어서 죽을 것 같아.”
“작작해. 이제 출근한지 2시간 밖에 안 됐다고.”
하준의 주접에 여름은 얼굴이 달아올랐다.
“보고 싶은 걸 어떡해? 자기가 안 온다면 내가 자기 회사로 갈게.”
하준이 웃었다.
“오늘 우리 회사 밥은 그냥 그런데….”
“상관 없어. 당신하고 함께라면 뭘 먹어도 다 맛있어.”
하준은 이미 마음이 너무 조급했다.
여름의 얼굴이 확확 달아올랐다.
전화를 끊고 나서 심호흡을 한참 해서 마구 날뛰는 심장을 진정시킨 다음에야 엄 실장을 불렀다.
“식당에 특별히 좀 맛있는 걸로 음식을 해달라고 부탁해 주세요. 잠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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