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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8화

여름은 그냥 대충 둘러대느라 한 소리에 하준이 진지하게 대응하자 웃음이 났다. 잘 생긴 사람 마다할 사람이야 없겠지만 사실 여름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늙어 쪼글쪼글해져도 좋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기야, 점심 시간인데 같이 밥이나 먹을까?” 하준이 권했다. “그래.”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우리 회사 근처에 괜찮은 레스토랑이 많….” “집에 가서 먹자.” 여름이 말을 끊었다. “자기 이래가지고 일하면 안 돼. 집에 가서 쉬어야 해.” “하지만 난 당신이랑 있고 싶단 말이야. 당신이 본가에 가서 같이 있어주진 않을 거잖아?” “그렇다고 아버지랑 있는데 우리 집에 갈 수도 없지. 당신 데리고 갔다가는 우리 아버지가 가만 두지 않으실 걸.” 그렇게 말하더니 여름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청하파라곤으로 가자. 거기 자기 집 있지? 낮에는 거기서 좀 쉬었다가 밤에 애들 보러 가자.” “좋아.” 하준은 너문 기뻤다. 여름과 할 수만 있다면 회사를 한 달이라도 쉬고 싶었다. 가는 길에는 여름이 운전했다. 하준은 보조석에 앉아서 어린애처럼 즐거워했다. “그쪽 단지 근처에는 뭐가 없으니까 가는 길에 멀 좀 사가지고 가자.” ‘응, 가다가 마트에 들르자.” 여름도 동의했다. 마트에 간 여름은 정육 코너에서 갈비를 샀다. 하준은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역시 기억하고 있었구나. 내가 갈비 좋아하는 거.” “그럼, 여울이도 당신을 닮아서 좋아하거든.” 딸을 생각하자 또 마음 한 구석이 따스해졌다. “그냥 본가로 갈까? 애들도 같이 먹게?” “오늘은 당신이랑 둘만 있고 싶어.” 하준이 여름의 손을 잡았다. “둘이서만 보낸 시간이 부족해서? 어제도 둘이서만 시간 보내고 싶다고 해서 같이 고기 먹으러 갔었잖아.” 여름은 부모로서 온전히 함께해주지 못해 점점 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고기 먹다 말고 중간부터는 당신이 기분이 많이 안 좋았잖아.” 입이 살짝 나온 하준이 말했다. “그래서 내가 집에 가서 이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한 거지.” 여름은 어이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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